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무역수지 및 환율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적자 기조가 끝나는 시점이 내년 2월 초로 전망됐다고 21일 밝혔다. 응답자 53.3%(15명 중 8명)가 월간 기준 역대 최대 무역적자(95억달러)를 기록한 지난달이 무역적자의 정점일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응답자 9명(60%)이 적자 기조 자체는 내년 이후에나 끝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무역적자 기조가 앞으로 5~6개월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9월 들어 지난달보다 무역적자 폭은 줄었으나 무역적자 기조는 여전하다. 관세청이 잠정 집계한 이달 1~20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1억달러(약 5조7000억원)로 전월 같은 기간의 102억달러보다 절반 이상 줄었으나 6개월 연속 월간 무역적자는 확실시된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5월 이후 25년 이후 처음이다. 이미 올 들어 누적 적자 규모는 292억달러로 1996년의 206억달러적자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경련 설문조사에 응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40%(15명 중 6명)는 올해 적자가 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국제 에너지값 폭등 악재는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작된 에너지 가격 급등세는 올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극대화됐다. 러시아가 지난달 말부터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끊으며 겨울철 가스 수급 대란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 여파로 이달 1~20일 가스 수입액은 3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106.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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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문조사 응답자는 올해 수출액을 평균 6950억달러로 전망했다. 역대 최대이던 지난해 수출액 6444억달러를 경신할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부진과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공급망 애로가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응답자 60%는 최대 위협요인으로 글로벌 경기 부진을 꼽았다.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공급망 애로(26.7%)와 원자재가격 상승(13.3%)도 주요 위협 요인으로 평가했다.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기차와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산업에 대해서도 ‘자국 우선주의’를 채택하며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사이 우리 최대 무역상대국인 대(對)중국 무역적자는 4개월째(5~8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이 2020년 6월 이후 2년2개월 만에 감소하기도 했다. 전경련 조사 결과 올 하반기에도 반도체를 비롯해 컴퓨터와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글로벌 수요 둔화 속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와 이차전지, 석유제품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지만 이 역시 원자재 수입 부담과 공급망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이날 ‘무역수지가 외국인 주식 매매행태에 미치는 영향’ 리포트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무역수지를 관리하는 것은 실물경제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해외자원 개발, 물류애로 해소 등 공급망 안정에 노력하고 무역금융 확대와 R&D 세제지원 강화, 규제 개선, 신성장동력 확보 지원 등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한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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