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의 정치화`…애정→폭력으로 변질[팬덤의 딜레마]②

팬덤의 역사, `노사모``문꿀 오소리``개딸`까지`
지지 정치인 지키기 위해 `내부 총질`도
당·지지자 전체 갈라 놓을 위험성 ↑
  • 등록 2022-06-13 오전 6:10:00

    수정 2022-06-13 오전 6:10:00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기동력이 어디로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팬덤 정치`를 “당의 존립을 위한 동행자임과 동시에 가장 예민하게 살펴야 할 존재”로 규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내부 총질`과 상대방을 향한 비난으로 얼룩진 지금의 팬덤 문화는 곧 당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3월16일 당시 광주 대선후보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후 노사모 회원들과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팬덤의 시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 할 수 있다. 지역에 기반한 전통적 지지층을 넘어 특정 정치인을 위한 팬 클럽이 생긴 것은 최초였다. `지역주의 타파`라는 기치를 내걸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당내 사안을 결정하는 데까지는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실질적인 관여로 이어진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부터다. 2015년 정당법 개정으로 온라인 당원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활동력과 규모는 훨씬 커지게 됐다. `문꿀 오소리`(문재인+벌꿀 오소리), `이니`, `달빛 기사단` 등 하나의 팬 클럽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조직으로 움직였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분열 조짐이 보이자 `문재인 지키기`를 최우선 과제로 `반문` 세력에 문자 폭탄을 날렸다. 중진 의원은 “본격적으로 팬덤이 `폭력적`으로 변한 시기”라며 “이때부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는 의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초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경쟁을 흥미롭게 하는 양념 같은 것`으로 치부한 것이 잘못된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조국 사태`는 팬덤의 부작용이 극대화하면서 민심이 등을 돌리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일 5일 대선 후보 당시 경북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길에서 열린 유세에서 응원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공격적인 팬덤 문화는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구하기`로 이어졌다. 진영 갈등에다 정치권이 불러들인 젠더 논란은 성별 간 갈등 양상을 증폭시켰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대표에 맞서 2030 여성들은 이재명 의원 지지 대열 선봉에 섰다. 실제로 대선 이후 민주당에 새로 가입한 당원 14만 4000여명 중 36%에 이르는 약 4만명이 2030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며 지지층의 주요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6·1 지방선거 출마도 이들의 열정적인 요구에 힘을 입었다. 그러나 최강욱 의원 성희롱 의혹 사건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내부 총질`, `물러가라`는 비판 등 갈등도 빚었다.

신경민 전 의원은 “핵심 당원, `개딸` 등 실체가 불분명한 당원들의 과격함이 도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어떻게 보면 인사와 정책에 매번 개입을 하는데 지휘자가 있지 않으면 이렇게 갈 수가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재선 의원은 “당 전체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 넣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유권자들을 떠나게 하는 것은 곧 당과 지지자 전체를 갈라놓는 행위다. 팬덤보다 국민이 더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국회의원 보궐선거(인천 계양을) 출마 기자회견에서 한 지지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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