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반값치킨' 열풍이 프랜차이즈 업계에 던진 숙제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 등록 2022-09-09 오전 6:00:00

    수정 2022-09-09 오전 6:00:00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반값치킨’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다른 음식들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반값치킨 열풍에 소비자들은 환호 일색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프랜차이즈 배달음식 가격에 눈살을 찌푸리던 차에 반값이라니 반가운 단비가 아닐 수 없다. 10여 년 전 ‘통큰 치킨’ 때처럼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아무리 해도 반값 치킨과는 가격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프랜차이즈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이렇게 싸게 공급할 수 있는 걸 여태 폭리를 취해 온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불신에 찬 시선까지 감당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들이 반값치킨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반값치킨 열풍은 프랜차이즈 업계가 영위하는 많은 영역에 대형마트가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난 여론은 더이상 효력이 없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커다란 진입 장벽 하나가 없어진 셈이다. 물론 대형마트도 반값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형마트가 반값에 팔 수 있는 것은 대형마트가 기존 직원과 시설을 공짜(?)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반값은 변동비만 포함하고 있고 고정비는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에는 인력과 자본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극단적 반값 공세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영업 행위로 돌아서면 반값 이상으로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시탐탐 노리던 프랜차이즈 영역으로의 진입에 성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런 환경변화에 프랜차이즈 업계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프랜차이즈 제품 가격이 비싸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프랜차이즈 제품 가격이 비싼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원재료비이고 다른 하나는 배달비다. 배달비는 대형마트가 줄 수 없는 편리함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대가이니 그렇다 치고 문제가 되는 것은 대형마트에 비해 비싼 원재료비다.

2020년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 매출액은 약 121조원 규모로 편의점(45조원), 도소매(12조원)에 이어 치킨(9조원) 분야 매출액이 높았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대한상공회의소 ‘2021 프랜차이즈 실태조사’)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수입 구조는 물류마진에 의존하는 특징을 보였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대한상공회의소 ‘2021 프랜차이즈 실태조사’)


프랜차이즈 업계의 원재료비가 비싼 가장 큰 원인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주요 수입원을 물류 차익에 의존하는 프랜차이즈 사업 구조에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구조를 보면 본사의 주 수입원은 가맹점에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추가하는 물류 차익이다. 그러다 보니 본사는 물류 차익을 최대한 많이 얹으려는 관행이 자리잡고 그 결과로 가맹점의 원부자재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물류 차익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횡포라는 갑질 차원을 넘어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지금 보고 있는 반값치킨 열풍이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업계가 잃어가는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랜차이즈 선진국인 미국의 프랜차이즈 역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미국도 프랜차이즈 산업 발달 초기에는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물류 차익 중심의 사업구조였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원부자재 강매와 폭리 횡포가 극심했다. 이런 사업구조에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 역설적이게도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원자재 가격 폭등이었다.

원자재 가격 폭등에 대응해 몇몇 혁신적 프랜차이즈들이 가격 변동성이 큰 원부자재 조달 역할은 가맹점주들에게 일임하고, 자신들은 마케팅 등 매출 증대 역할에 주력하는 획기적 전략 변화를 꾀했다. 혁신적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가맹점주와 본사가 각자 비교우위가 있는 비용 절감과 매출 확대에 집중함으로써 결국에는 비용은 줄이고 매출은 늘리는 경쟁력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 본사의 주 수입원도 가맹점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수취하는 로열티 구조로 변해갔다. 오늘날 미국 대부분 프랜차이즈는 로열티 방식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금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가 직면한 위기에 정확히 들어맞는 교훈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반값치킨 열풍이 주는 메시지는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탈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계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꼼짝 마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