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검찰개혁 오점된 文정부의 마지막 검찰인사

  • 등록 2021-06-07 오전 5:50:00

    수정 2021-06-07 오전 5:50:00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필자가 변호사를 시작하면서 시국선언에 처음으로 참여한 것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9년 6월로 기억한다. 무슨 대단한 결기로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에서 자행된 검찰권 남용이 헌법 가치를 뒤흔들 정도로 위태롭게 진행되었기에 법을 배운 입장에서 참여한 것이었다. 당시 검찰은 온라인상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인터넷 논객인 미네르바를 필명으로 사용한 박모씨를 체포해서 기소했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왜곡과정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PD수첩 제작진들을 기소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인한 비극도 그 즈음에 벌어졌다. 법치국가의 보호자이자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등장한 검찰이 ‘정권의 시녀’역할을 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정권은 검찰인사를 통해 정치권력에 끊임없는 충성을 요구했다. 단적으로 미네르바사건이나 PD수첩사건은 기소된 피고인 모두 무죄가 확정되었다. 상식적으로 무리한 수사를 한 검사들에 대해 불이익이 가해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수사한 검사들을 모두 승진시켰다. 정권에 충성한 검사들에 대해 인사를 통해 검찰조직에 충성을 강요한 셈이다.

지난 4일 발표된 법무부의 검사장 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인사에 대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인사다. 그동안 이 지검정은 정권 관련수사를 뭉갠 의혹으로 ‘정권 방탄검사’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더구나 검찰수사를 통해 기소까지 된 상황이다. 반면 법무부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를 강행하던 당시 대척점에 섰던 조남관 전 대검 차장과 한명숙 사건 모해위증 교사 무혐의 처분 불기소를 결정한 고검장들은 모두 좌천되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 등 정권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명박 정권과 현 정권의 검찰인사는 일맥상통하면서도 결이 다른 점이 있다. 공통점은 모두 검찰인사를 통해 모든 검사들에게 메시지를 준 것이다. 일례로 기소된 이성윤 지검장을 승진시킨 일은 수사가 잘못됐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성윤 검사장을 수사한 검사는 지금 어떤 기분이 들까.

반면 이명박 정권시절에는 정권이 원하는 수사를 강요하는 듯해 문제가 되었지만, 현 정권에서는 정권이 불편한 수사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정권 초반 한동훈 전 검사장 등 적폐수사를 진행한 검사들은 대부분 승진했다. 이는 정권이 원했던 수사였기에 인사 패턴은 과거와 유사했다. 그러나 그들이 조국 전 장관 수사부터 시작된 정권 관련 수사를 하면서부턴 대부분 불이익에 처해지고 있다. 특히 사법연수생 1명도 없는 한직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발령 난 한 검사장의 경우는 자신의 표현대로 “민간기업 같았으면 직장 내 괴롭힘 수준”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번 검찰인사는 실질적으로 현 정권의 마지막 인사로 보여 진다. 유감스럽지만 이번 인사로 인해 현 정권이 추진했던 검찰개혁은 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현 정권이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이용했다며 비판받았던 과거 보수정권과 뭐가 다른지 모르게 됐다. 일선 형사부가 직접수사를 할 경우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직제개편이나 월성 원전 수사도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머지않아 법정에서 판사가 피고인에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피고인이 ‘서울고검장입니다“라고 답변하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필자가 지난 2017년 헌법을 배신한 정권에 대해 촛불을 들고 나갔을 때만 해도, 서울고검장이 법정에 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장면을 목격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꼼짝 마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