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ESG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 등록 2021-09-30 오전 6:10:00

    수정 2021-09-30 오전 6:10:00

[유재훈 건국대 석좌교수·전 증선위원]전세계적으로 ESG 열풍이다. 우리 자본시장에서도 ESG의 도입과 실천과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대한민국은 수십년이 걸릴 것 같던 제도와 시장관행을 순식간에 바꾸어 놓은 성공의 기억을 다수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현재의 ESG 열기도 한국의 자본주의 작게는 한국의 자본시장 운영에 큰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자본시장에는 제도개혁 성공의 기억만큼이나 실패의 역사도 적지 않다. 말과 제도는 저 앞에 가 있지만 시장 참가자의 관행이나 감독과 정책결정이 진정한 시장수요에 기초하지 않는 바람에 현실과 겉도는 제도들이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서구에서 시작한 ESG규범을 늦지 않게 정착시키려면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필자는 먼저 코로나 위기 발생 전인 2019년 겨울에 만난 유럽 증권 및 회계감독의 권위자 미쉘 프라다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그는 최근의 ESG열풍과 관련, “환경(E)은 과학이고 사회(S)는 정치이며 지배구조(G)는 법률인데 어떻게 이렇게 넓고 서로 상이한 규범들을 하나로 모아 성급하게 규범화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유럽의 ESG 규범화에 대한 개인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필자는 이에 대해 ESG의 이 같은 내재적인 충돌문제가 소위 국제적인 ESG기준을 마련하는 이들의 고민이라면 아직도 신흥시장 취급을 받고 있는 우리 자본시장은 그 늦은 발전단계에서 오는 도전과제들을 해결하는 게 더 큰 과제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 즉 ESG에 대한 자발성과 역량 부족 그리고 모니터를 하고 정확한 정보가 생성될 수 있는 인프라의 미흡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하는냐가 문제라는 얘기였다.

실제 우리의 ESG 도입 상황을 살펴보면 먼저 ESG 투자측면에서는 ESG 분야에 대한 채권발행과 펀드결성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그 규모가 아직 영세하다. 또 어차피 발행되어야 할 채권발행 수요를 ESG 용도로 재 포장(예를 들어 코로나 위기로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지원 목적의 정책자금조달용 채권)하는 것은 아닌 지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있다. 특히 ESG 펀드의 투자자는 공공분야의 연기금이 주도하고 있어 순수한 상업적인 기관투자자들의 ESG 관련 상품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는 아직도 일천하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기업의 자율적인 ESG도입에 앞서 법적인 규제를 통해 성급하고 타율적으로 시행하게 될 가능성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현재 환경, 사회, 지배구조관련한 법률 97개가 국회에 계류 중인데 이들 법조항들의 80%가 ESG의무이행 강제 및 불이행시 처벌에 관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본시장에서도 비록 점진적으로 도입한다고는 하나 기업규모에 따라 의무적인 ESG 경영공시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경제주체들의 ESG 활동이 미흡하다고 해서 ESG 제도의 조속한 정착을 이유로 정부의 과다한 개입을 정당화해서는 안되며 어디까지나 시장 참가자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그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2020년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가 금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ESG 정착을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국가별 의견조사 결과(복수응답)를 보면 정부는 ESG 공시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이 83%, 그린 워싱(외견상만의 ESG)을 방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45%를 차지했다. 즉, 정부는 기업의 ESG 공시가 이뤄지면 이를 검증하고 그 기준과 리스크가 투명하게 시장에 알려지도록 감시자의 역할을 해달라는 얘기다.

반면, 자본시장 참가자들의 ESG의 실천에 필요한 하부구조의 형성에 있어서는 정부의 역할이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ESG의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그 효과를 기업정보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반영해 큰 혼란없이 상이한 국가들끼리도 비교가능한 제도를 발전시키는 일 등이다.

한편으로는 국외로 눈을 돌려 먼저 숨쉴 틈 없이 진행되고 있는 선진국의 ESG 규범의 일원화와 특히 역외 국가에 대한 적용확대 움직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G10 국가위상에 걸맞게 글로벌 의제 설정에 있어 자국의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적극 행동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가들의 현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국가로서 글로벌 규범으로서의 ESG 기준에 신흥국가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제적인 회계기준을 다루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기업 비재무정보의

통합공시와 다기화된 ESG 공시기준을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므로 IASB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끝으로 글로벌 ESG 규범화의 맥락에서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세 도입과 같은 새로운 비관세 장벽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통상협상을 통해 우리 상품과 서비스에 불필요한 부담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ESG 대외협상전략이 준비돼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 우승의 짜릿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