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반복되는 軍 사건·사고, 초급간부 문제에서 찾아야

  • 등록 2021-06-14 오전 5:50:00

    수정 2021-06-14 오전 5:50:00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국방부는 바람 잘 날이 없다. 부실 급식 파동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성추행 사건으로 귀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의 위중함도 크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성추행 당한 여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만 벌써 세 번째다. 그때마다 ‘성범죄 근절대책’이나 ‘성범죄 특별대책’을 내놓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왜 이런 일 반복되는 것일까.

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두 차례의 자살 사건을 경험하면서 성추행 대응 매뉴얼이 ‘부대관리훈령’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남성 간부들은 피해자에게 회유와 압력 행사를 통해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 공군 양성평등센터장(여성)은 사건을 인지했지만, 문제해결은 커녕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국선변호인(군법무관)이나 군 사법기관의 태만과 방기, 그리고 전출부대 지휘관의 강압적인 조치들이 한꺼번에 작용했다. 제도는 있지만 이를 준수해야 할 간부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안타까운 일이다.

급식 파동도 사실 간부의 문제다. 급식비가 중고등학교 학생들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고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급식비가 낮아서 ‘부실 급식’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부대에서 기존 급식비로도 큰 문제 없이 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급식 문제가 발생한 부대의 경우 담당 간부가 제대로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군납업체의 문제가 많은데, 이 또한 간부들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군대 간부라 하면, 부사관(하사, 중사, 상사, 원사)과 장교(소위에서 대장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군대의 수준이 정해진다. 이들의 역량과 태도에 국방의 막중함이 달려 있는 것이다. 병사들 문제 역시 이들이 제대로 지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성추행 은폐·무마 사건도 그렇고, 부실 급식도 마찬가지다. 이들 군 간부들이 올바르게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행한 일이다. 특히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초급간부(하사, 중사, 소위, 중위)의 문제가 크다. 이들을 탓하기는 쉽다. 그러나 탓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작 중요한 과제는 초급간부들을 어떻게 유능하고 책임감 넘치는 집단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 국방예산에서 초급간부만큼 소외당하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병사들 월급은 올랐지만, 초급간부들의 월급은 거의 변동이 없다. 사실 최저임금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당체계도 빈약하다. 모든 공무원이 받는 주말 근무수당도 지급되지 않는다. 근무환경은 열악하고 위험하지만 이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방예산에서 초급간부들에 대한 배려는 늘 뒷전이다. 대우는 형편없으면서 헌신과 희생만 강요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초급간부 지원율과 충원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ROTC 지원율은 반 토막 났고 수도권 주요 대학에서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학사장교도 4분의 1로 줄었다. 부사관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육군 부사관의 지난 5년간 평균 충원율은 86.7%고 근무가 힘든 해병대의 경우 70.8%까지 떨어졌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초급간부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자살한 간부는 155명으로 이미 병사들의 자살건수를 넘어섰고 이 가운데 초급간부의 사례는 91건이다.

우선 초급간부에 대한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우수한 인재가 모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사건·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우리 군대를 유능한 군대로 만들기 위해서도 절대 필요한 일이다. 대한민국 군대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에게 투자하지 않는 데 있다. 사람을 우대하지 않는 조직이 잘 되는 경우는 결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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