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테이퍼링의 기억을 소환해보자.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양적완화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2013년 5월 버냉키 미 연준의장이 테이퍼링을 언급하자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본격적인 테이퍼링이 추진되기이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오류와 시장의 불안심리가 겹치면서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고 그 불똥은 금융시장과 신흥국을 덮쳤다. 전세계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신흥국으로 이동한 자금이 이탈하면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졌으며, 일부 국가는 위기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후 미 연준은 3년에 걸친 순차적인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추진했고 테이퍼링 기간동안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높아졌다.
최근의 테이퍼링 논의는 2013년과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가장 큰 공통점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되었고 이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불안해지자 각국은 앞다투어 재정지출을 늘리고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연 0~0.25%로 낮추고, 매월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여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산업에 대한 자금지원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백신 보급의 확대로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의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 및 금융자산 가격을 자극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점진적인 양적완화를 준비하고 있고, 이는 곧 금리 상승과 같이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 다만 최근 금리 상승의 속도와 폭은 2013년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 있고, 정부의 국채 발행도 증가한 상황에서 미국의 테이퍼링 추진 가능성은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경제의 펀더멘털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