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 편'에게 미움받을 용기 절실한 때

지지층 결집 위해 '검수완박' 밀어붙이고
항의 무서워 여야 합의한 중재안 뒤집기
  • 등록 2022-04-26 오전 6:00:00

    수정 2022-04-26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도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못 하고 있다. 하다가도 화들짝 놀라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는 탓이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이날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청문회를 보이콧했다. (사진=연합뉴스)
우선 수사 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검수완박’ 관련 법안 드라이브에 나선 민주당이 그렇다. 검수완박을 밀어붙인 건 당내 강경파 초선 의원모임 ‘처럼회’다. 검수완박에 주저하는 온건파 의원들은 문자 폭탄에 항의 전화로 골머리를 앓았다. 만장일치로 당론이 채택됐다고 했지만 내부서는 이견을 좁히지 않은 채로 결정했다는 불만이 파다했다.

“검수완박을 안 하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간다며 찬성하라더라”(검수완박에 반대한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는 증언도 나왔다.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선 기필코 4월 말까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검수완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지다.

지지층 눈치보기에 협치는 뒷전인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지난 22일 여야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 중재안을 수용했다. 쉽사리 합의에 이르지 못하리라 생각하며 내심 야근을 준비하던 기자들도 놀랄 정도였다.

의외라는 놀라움이 역시나라는 실망으로 바뀌기까지는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25일 국민의힘이 합의안 원점 재검토로 급선회하면서다. 주말 내내 쏟아진 지지층 비판 여론을 의식한 탓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당시 의원총회에 참석하지도 못한 내게도 항의 전화가 올 정도”라며 “지지자들 항의가 번복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도 5000건 넘는 반발이 올라왔다. 지지층 기세에 눌려 여야가 합의한 사항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과 굳이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지지층 눈치보기는 인사청문 국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여야는 25~26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전날 민주당이 “후보자 자료 제출이 미흡하다”며 보이콧하면서 30여분만에 파행했다. 배경에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해 지지층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여야 할 것 없는 강성 지지층 눈치보기에 국회의 시간이 멈춰선 동안 검수완박은 정국의 블랙홀로 떠올랐다. 새 정부 총리 후보자를 검증대에 올릴 시간도 늦어지고 있다. ‘내 편’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절실한 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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