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동생 물가에 두고왔더니 익사…살인인가 실수인가?

IQ 41 동생 술·수면제 먹이고 유기…다음날 익사체 발견
1심 "상속재산 노리고 계획대로 물에 빠트린 살인 범죄"
2심 "실족 가능성 남아있으면 살인 행위 단정할수 없어"
살인죄→유기치사로 판단 뒤집혀…징역30년→10년 확정
  • 등록 2023-06-05 오전 6:00:00

    수정 2023-06-05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중증 지적장애인 동생에게 술과 수면제를 먹이고 인적이 드문 물가로 데리고 가 익사하게 한 남성이 살인죄를 면했다.

검찰은 상속재산을 노리고 동생을 직접 물에 빠트린 살인 범죄라고 봤지만, 법원은 동생이 스스로 실족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남았다고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5일 대법원에 따르면 피고인 A 씨는 지난 2017년 부모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중증 지적장애인인 동생 B 씨(38세, 지능지수 41)를 부양했다. 4년간 B 씨를 돌보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A 씨는 B 씨가 성적 이상행동까지 보이자 화가 나 B 씨를 먼 곳에 유기하고 집으로 찾아오지 못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2021년 6월 밤, A 씨는 B 씨에게 콜라를 섞은 술을 마시게 한 뒤 경기도 구리시의 인적이 드문 강변으로 데리고 가 수면제를 먹였다. 이 수면제는 술과 함께 먹으면 고도의 의식불명 상태를 유발하는 일명 ‘데이트 강간약’이었다. A 씨는 새벽 1시경 홀로 현장을 빠져나갔고 B 씨는 다음날 오후 익사체로 발견됐다.

당초 검찰은 A 씨가 상속재산을 노리고 B 씨를 직접 물에 빠트린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그 근거로 △A 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점 △B 씨의 상속재산에 손을 댔다가 사회복지법인에 소송 당해 상당한 금액을 반환할 처지에 있던 점 △B 씨는 3억5300만원 규모의 사망보험에 가입돼 있었고 유일한 상속인이 A 씨라는 점 △동선을 감추고 알리바이를 꾸미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점 △B 씨가 약물로 깊은 진정상태에 빠져 스스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작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1심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A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B 씨가 물에 빠지는 순간을 담은 CCTV 영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A 씨가 B 씨를 물에 빠트렸음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모두 정황사실에 불과하다”며 “B 씨가 어느 시점에 깨어나 실족 등으로 스스로 물에 빠져 사망했을 가능성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살인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건 현장이 매우 어둡고 울타리가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하면 뒤늦게 잠에서 깨어난 B 씨가 졸린 상태로 주변을 배회하다 실족해 물에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 씨가 특별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기 어렵고, 자신의 혈육을 살해하려는 악성과 잔혹함이 있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 씨가 사건 직전에 자신의 휴대폰으로 ‘수건마취, 마취, 기절’ 등 5건을 검색하고 ‘한강공원 의대생 사망사건’ 관련 뉴스 5건을 검색한 증거를 인정하면서도 “그 외에 살인의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좀 더 직접적으로 암시하는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A 씨가 동생이 물에 빠져 사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위험한 장소에 유기하고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형태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해 ‘살인죄’ 대신 ‘유기치사죄’를 적용하고 징역 30년 대신 10년을 선고했다.

A 씨와 검찰 양측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여러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 선고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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