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원자재 사이클의 향방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네 번째 사이클을 꼼꼼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이클은 네 번째 사이클이 진행됐던 토대 위에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원자재 사이클은 다른 어떤 때보다 상승률이 컸다. 원유가격이 466% 올라 두 번의 오일 쇼크가 있었던 세 번째 사이클보다 100%포인트 이상 높았다. 금속 가격도 마찬가지여서 200% 가까이 상승했다.
네 번째 사이클 때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심해진 건 금융의 영향 때문이다. 원자재는 다른 어떤 것보다 수요와 공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품이다. 현실경제에서 실제로 사용되기 때문인데 여기에 금융부분의 힘이 더해져 가격 변동이 커졌다. 이 관계는 다섯 번째 사이클에도 적용된다. 코로나19로 저금리와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돼 금융부문의 영향이 어떤 때보다 커졌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심할 수밖에 없다.
최근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린 동력은 두가지다. 하나는 경기 회복으로 원자재 수요가 늘 거란 기대가 작동했다. 다른 하나는 저금리이다. 코로나19로 주요국 정책 금리가 최저 수준까지 내려온 후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동성 공급도 이루어졌다. 작년 3월부터 1년간 전세계에서 16조달러의 재정 지출이 시행됐는데, 이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액수다. 막대한 양의 유동성이 공급돼 여러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는데 원자재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금리는 국내외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 올해 미국 경제가 7%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에도 3%대 성장이 예상된다. 물가 역시 3% 이상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연준이 기준 금리 인상을 부인하더라도 시중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연 1.5~1.7% 사이에 머물고 있는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조만간 다시 상승을 시작해 연말에 연 2.5%까지 올라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플레 압력이 높은 상태에서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기 때문에 금리가 조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