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나 보험, 카드 등 소위 기존 금융업권 인사들을 만나면 마치 짠 것처럼 같은 말을 한다. 기존적인 규제산업이라고 하더라도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너무나 오래된 금융업법이라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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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소비자보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자금융사고는 356건으로 집계됐다. 과거 금융전산사고나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고, 디도스 공격과 같은 중대한 사고는 아니지만 지난 2017년(298건)보다 19.5%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에는 오픈뱅킹이나 마이데이터처럼 정보를 한 데 모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전자금융 사고발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시 그 피해규모가 과거와 달리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간편결제, 오픈 API 등 신규서비스 출시 과정에서 프로그램 테스트 및 소스코드 제3자 검증 등을 소홀히 해 프로그램에 오류가 발생하는 장애도 생겼다. 만약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데이터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서비스 결함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면 큰 보안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같은 사고는 빅테크 등 신규사업자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1월 마이데이터 서비스 출범과 함께 연이어 두 차례의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터졌다. 한 곳은 빅테크, 한 곳은 기존 금융회사였다. 소비자의 카드 사용내역뿐만 아니라 투자정보와 입출금 내역, 전화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대다수였다.
금융당국도 금융산업혁신을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같은 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소비자보호를 내세워 혁신의 속도를 늦추는 이유다.
운동장은 금융회사들의 공간이 아니다. 고객들이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고객들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산업혁신과 소비자보호가 같은 속도로 발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들이 운동장의 기울기를 탓하기 전에 완벽에 가까운 운동장 관리를 할 수 있다면 새 정부에서는 그동안 더디기만 했던 금융산업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