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소리]다시 실패할 선택한 푸틴

  • 등록 2022-09-26 오전 6:00:00

    수정 2022-09-26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낼 30만명 규모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 영토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를 적으로 돌린 것을 넘어 유대 관계가 느슨해지던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마저도 대척점에 세운 것만으로도 모자라 자국민조차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 발표 직후 반대 시위가 발생했다.(사진= AFP)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고전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대규모 동원령을 발동하자마자 러시아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BBC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전역에서 예비군 동원령에 반발해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인원이 2000명을 넘어섰다.

명분을 찾지 못한 전쟁에 나서는 군인들이 얼마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푸틴 자신도 알지 못할 것이다. 러시아 내에서는 동원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나라 밖으로 탈출하려는 행렬도 잇따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외국인이 러시아 군대에서 복무하고 시민권을 딸 수 있는 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대폭 낮춘 것은 러시아 내 동원 반대 여론이 얼마나 높은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러시아는 이들을 이렇다할 군사 훈련도 없이 징집된 예비군들을 전방에 내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필자가 다수인 대한민국 남성들은 이 같은 조치가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고학력자들을 징집에서 제외하면서 징집 단계부터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자국민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으로 소집된 러시아 군인들에게 신변의 안전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면서 항복을 촉구한 것은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다. 사면이 초나라의 노래로 둘러싸였을 때 항우의 병사들이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를 떠올려보자면 말이다.

2. 주목해볼 다른 지점은 중국의 반응이다. 21세기 지구가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 안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절대 반목할 수 없는 사이다. 이들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이고 있는 북한을 포함해서도 그렇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명명백백하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의문과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가 중국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우려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중국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고도 공개했다.

중국이 러시아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은 푸틴의 행동이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중국의 계획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어서다. 중국 뿐만 아니라 북한도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 의혹을 부인하면서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반격에 나서고 있다.(사진= AFP)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국력을 집중하는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중앙아시아를 거쳐, 서아시아를 지나 유럽을 잇는 신 실크로드를 계획하고 있다. ‘일대일로’ 중 ‘일대’다. ‘일로’는 동남아시아를 거쳐 유럽, 아프리카에 닿는 해상 무역로다.

일대일로는 모두 49개국을 도로, 철도, 해로 등의 교통 인프라로 연결하는 거대 국가간 운송 시스템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미국을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인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와 어쩔 수 없는 경쟁구도에 있다. 아프리카를 종단하려는 영국의 종단정책과 횡단하려는 프랑스의 횡단정책이 정면으로 충돌한 파쇼다 사건은 추후 언제든 예고된 상태다.

다만 한국과 유사하게 안보는 러시아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려는 일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의 사정은 다소 다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신경을 쓰느라 이 지역에서 시선을 돌린 사이 중국의 중앙아시아-서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3.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지만 이는 한국에도 실질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방 측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물자 지원으로 전쟁에서 열세에 몰리고 있는 러시아가 ‘전략 핵’ 공격 가능성을 거듭 천명하고 있어서다. 이는 핵개발 완성을 선언한 북한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한에서 핵무기 보유 필요 주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사회에서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더 대담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지역 점령지 4곳에 대해 러시아 땅으로 병합하는 주민 투표에 돌입했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잃어버린 영토를 수복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는 이 땅을 러시아 땅이라고 선포한 뒤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자국 영토침범으로 간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무기 사용을 위한 전제 조건 마련에 돌입한 것이다.

푸틴의 핵무기 사용 경고와 무관하게 북한도 핵 사용 가능성을 꺼냈다. 지난 9월 8일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회의에서 ‘조선인민민주의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라는 법령을 채택해 선제적 핵공격을 법으로 명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가 경고대로 핵에 손을 댄다면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등 패권국은 물론, 인도, 파키스탄, 이란, 북한, 이스라엘 등 핵을 보유했거나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들에도 일대 혼란이 올 수 있다. 푸틴의 실패할 선택이 여기까지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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