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대중골프장 1.2兆 세혜택, 국민에 돌려줘야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 등록 2022-05-25 오전 6:30:00

    수정 2022-05-25 오전 6:30:00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20년이 지난 골프 경기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명장면이 있다. 바로 1998년 박세리 선수가 맨발 투혼으로 동양인 최초 US 여자 오픈 우승을 할 때다.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기사회생하는 박세리 선수의 모습은 당시 IMF 외환위기로 힘든 국민에게 많은 희망을 줬고 골프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다음 해인 1999년부터 국민이 큰 부담 없이 골프를 칠 수 있도록 대중골프장에 세금 감면 혜택을 줬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골프인구는 500만 명으로 증가했고 대중골프장도 회원제 골프장(158개)의 2배 이상인 354개로 늘어났다. 지난달 1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골프를 사치스러운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1992년에는 72%였는데 올해는 36%에 불과했다. 골프를 칠 줄 안다는 응답비율도 1992년에는 2%였는데, 올해는 34%로 급증했다. 골프는 이미 국민의 여가선용에 이바지하고 있는 대중스포츠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중골프장 전체 354개소에 개별소비세, 재산세 등 연간 1조 20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는데도 수도권 대중골프장의 평균 주중 요금은 19만원, 주말요금은 25만원이나 됐다. 심지어 회원제 골프장보다 요금이 비싼 곳도 다수 있었다. 미국은 5만원 미만, 일본은 10만원 미만인 대중골프장이 대부분이다. 대중골프장의 세금 감면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대중골프장의 배 불리기로 귀결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대중골프장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관계기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개선방안에는 골프 대중화를 위해 대중골프장에 주었던 세금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회원 모집 등 편법 운영하는 대중골프장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관리·제재하고 세금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한편,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식당, 경기보조원 등 부대서비스 이용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골프장 이용표준약관을 개정하도록 했다.

권익위의 권고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대중골프장 관리 감독 강화와 관련한 법령을 개정해 올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골프장 약관 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초 전국 170개 골프장의 이용료를 조사해 비교한 결과를 보면, 대중골프장 이용료가 약 8%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골프장 이용료나 카트비 등이 지나치게 높고 골프장 예약의 불공정성에 대한 감독을 요청하는 국민의 불만 민원은 국민신문고에 계속 접수되고 있다.

제도가 개선돼도 국민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면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권익위는 국민이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제도개선 이행 여부를 계속 점검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국민이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쉼 없이 만들어 갈 것이다.

호주 로이 모건(Roy Morgan) 연구소의 2016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우울증, 스트레스, 불안,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 가능성이 골프를 즐기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적고 그 가능성을 약 30% 줄여준다고 한다. 그래서 로이 모건 연구소는 정신과 의사들이 골프를 정신질환 환자를 위한 치료법으로 처방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골프는 남녀노소,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 중에 하나다. 대중골프장의 세금혜택이 국민에게 직접 돌아가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큰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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