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마동석처럼 싸우고 워런 버핏처럼 가라

올해 전방위 시장 감독 예고한 금융감독원
서민 등치는 범죄엔 마동석 같은 응징 필요
다만 단기 실적 집착해 시장 위축해선 안 돼
‘장기투자’ 워런 버핏처럼 급할수록 돌아가야
  • 등록 2023-01-12 오전 6:00:00

    수정 2023-01-12 오전 6:00:00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경기가 어려울수록 기업은 분식회계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리스크를 잡는 게 새해 1순위 정책 과제입니다.”

최근 만난 정부 고위관료에게 올해 경제 전망과 대책을 물어보자 이같이 답했다.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가 왔을 때 ‘편법’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자금난에 처한 기업이 금융권에서 쉽게 대출받기 위해 실적을 부풀리는 등의 분식회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식회계로 파산하고 증시를 뒤흔들 수 있는 ‘한국판 엔론 사태’에 대한 걱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6월1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된 만큼 은행, 보험, 자본시장 등 각 업권의 특성을 고려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새해 들어 경제 당국자들 사이에선 농담이 사라졌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된 분위기다. 모 고위공무원 책장에는 두툼한 파일이 가득하다. 이 파일에는 정부가 발표한 각종 경제대책이 정리돼 있다. 15년 전에 발표한 자료까지 포함됐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시장의 변동성이 클 수 있어, 관련 대책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란다. 경제위기라고 겉으로 말하지 않지만, 속내에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있는 셈이다.

특히 금융감독 당국이 그렇다. 새해에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곳곳에 엄중한 시각이 반영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신년사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 고위험 자산 리스크가 커서다. 이 원장의 신년사에는 “경제 불확실성”, “대내외 불안”, “복합위기 리스크”, “중대 회계부정” 등의 키워드가 담겼다.

이같은 시각은 감독 강화를 예고한 복선이다. 이미 금감원은 관련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금융시장안정국을 신설하고 감독총괄국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식리딩방 조사전담팀도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회계감리 1·2국으로 회계 감독을 강화한다. 회계부정 행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오는 31일 팀장급 인사가 시행되면 내달부터는 본격적인 시장 감독이 시작될 전망이다.

금융범죄를 겨냥해 칼을 휘두르는 건 박수 받을 일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자본시장의 불공정 행위가 늘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환율 변동, 경기 둔화로 기업·가계에 대한 선제적 신용위험 관리도 필요하다. 특히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서민을 등치는 민생침해 금융범죄에 대해선 과감히 칼을 빼야 한다. 마동석처럼 통쾌한 응징을 기대한다.

다만 몽둥이나 창이 아닌 섬세한 메스도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과잉규제 우려도 큰 상황이다. 검사가 범죄인을 다루듯이 선악 구도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가뜩이나 관치 논란이 불거져, 금융기관들 내부는 뒤숭숭하다. 이럴 때일수록 금감원은 시장의 상황을 신중히 충분히 봐야 한다.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신경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단기 수익성이 아닌 장기적인 투자 관점으로 가라는 것이다. 이 조언은 금융감독 당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경기가 어려울 때 단기적인 감독 실적만 올리려고 몽둥이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이 원장이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된 만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임사 다짐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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