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첫단추 잘못 낀 8·4대책, 누더기 됐다

정부과천청사부지 공급계획 무산
태릉CC도 주민 반발에 위태
성급한 신규택지 발표에 정책 일관성 훼손
  • 등록 2021-06-18 오전 6:00:00

    수정 2021-06-18 오전 6:00:00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정부는 지난해 8·4대책을 통해 2028년까지 서울 등 수도권에 13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태릉CC, 용산캠프킴, 정부 과천청사일대 등 신규택지를 발굴해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시 ‘영끌’ 공급대책이라고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공급 계획은 위태위태하다. 정부 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없던 일이 됐다. 정부는 대신 인근 과천지구에 당초 예정보다 300가구를 더 짓는 것으로 결론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주민들이 반대하면 사업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안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유사한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태릉CC 개발을 반대하는 노원구 주민들이 노원구청장 주민소환 절차에 돌입했다.

정부는 다른 공급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8·4대책은 누더기가 됐다. 서부면허시험장이나 상암DMC 미매각 부지,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서울지방조달청 부지 등도 지자체와 주민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미 과천정부청사 공급 계획을 철회시킨 정부가 이들 다른 지역에는 무슨 명분과 근거를 내세워 강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3100가구를 공급하는 용산 캠프킴 부지는 오는 4월부터 오염토 정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유엔사 부지의 경우 2011년 오염토 정화를 마치고 2017년 민간사업자에게 매각됐지만 또다시 유해성분이 발견되면서 정화작업이 추가로 이뤄지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첫번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게 있다. 8·4대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21차례 이르는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다급해진 정부가 사전에 지자체와 주민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신규택지부터 발표했다.

또 정책을 발표했으면 쉽게 후퇴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설득해서 사업이 진척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사태로 정부의 공급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으며, 정책 일관성과 신뢰성도 크게 훼손됐다.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새겨볼 일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