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인사청문회 파행 반복 막으려면

  • 등록 2022-04-28 오전 6:15:00

    수정 2022-04-28 오전 6:15:00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국무총리 후보자 임명절차가 난항이다. 청문회에서 적격성 여부의 심사와 확인은커녕, 정치적 보이콧에 기약이 없다. 새정부는 내각 출범부터 발목이 잡힌 꼴이다. 정치적 노림수이든, 새정부 힘 빼기 차원이든, 지독한 대선 불복이든 이대로 가면 5월10일 새정부 출범때 대통령 홀로 국무회의를 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실 우리 정치권에선 이런 파행은 다반사인 것 같다. 도무지 국민들은 구경꾼 취급도 못 받는다. 최소한의 관객 서비스조차 외면한 것 같아 민주주의의 민 낯이 드러나는 듯 하다. 제발 ‘슬기로운 정치’의 밝은 면을 보고 싶다. 윤석열 정부의 화려한 등장이 대선 이후 국민이 기대하는 순리 아닌가? 이제 우리 모두의 내일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제각기 숙고해야 할 때이다.

인사청문회법 6조 2항에 따르면 임명권자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20일 안에 청문절차를 마쳐야 한다.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자료제출 공방에 청문회는 파행을 거듭했고 결국 5월로 연기됐다. 지난 7일 임명동의안이 제출됐기 때문에 27일엔 청문회를 끝냈어야 하지만 날짜를 지키지 못하면서 국회는 자신들이 만든 법을 스스로 어긴 모양새를 연출했다.

5월 2일과 3일 각 부처 장관 후보자들 인사청문회가 동시에 진행되면 국무총리 청문위원이 소관 상임위 청문회장을 오가며 메뚜기 같이 질의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진지하고 밀도 있게 진행돼야 할 청문회에 이런 불필요한 번잡스러움을 야기한 국회의 책임을 언젠가는 꼭 물어야 한다.

국민들 앞에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인 정치권의 통렬한 자기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러한 문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섀도우캐비넷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예비내각의 구성은 거대 양당의 정책 노선이 닮아가는 추세를 감안하면 후보 주변의 인물들을 보고 유권자들이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이다. 공약과 노선으로 차별화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면 후보 주변의 어떤 인물들이 후보와 함께 다음 5년 간 국정을 책임질 것인지 보여줄 수 있다. 후보의 국정운영 철학을 더욱 명쾌하게 드러낼 수 있고 섀도우캐비넷에 포함된 인사는 함께 대선을 치르면서 후보의 비전을 내재화 하고 국정을 인수할 심적, 정책적 대비를 할 수 있다. 국무총리, 장관의 검증절차를 선거기간에 먼저 시작하는 셈이다. 만약 대선기간 각당 후보들이 예비 내각 구성원들을 미리 발표했다면 그런 방식이 제도화돼 있다면 지금과 같은 파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새 정권 출범은 국가적 차원의 중대사다. 단순히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의 견제나 여야의 경쟁구도로 바라볼 차원이 아니다. 나라의 운영을 책임질 주체가 바뀌는 문제이므로 정권 인수과정은 헌법적 권위를 보장해야 한다. 헌법에 예산안 처리 시한을 회계연도 개시 30일 이전으로 못박아 놓은 것처럼 새로운 대통령의 첫 내각은 적어도 취임 20일 또는 30일 전에 국회 동의절차가 완료되어야 한다는 법률적 강행규정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그 전에 후보자 흠집내기, 대통령 발목잡기 식으로 흐르는 우리의 청문회 문화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이 5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쓰고 가장 힘 있을 때 핵심 국정과제를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도록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려면 적어도 1기 내각 구성원들은 큰 무리 없이 임기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대선 후보는 최대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들로 예비내각을 구성하고 야당은 대승적으로 이들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처리해주는 성숙한 정치문화가 필요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국민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수동적, 사후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에서 능동적, 선제적으로 명령하는 진정한 의미의 주권자가 되고 있다. 바쁜 생업 현장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청와대와 국회와 세종정부청사의 돌아가는 흐름을 훤히 들여다보는게 지금 우리 국민들이다. 자격미달의 인물을 대통령 인사권으로 무리하게 임명하면 정권과 국민 모두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대통령이 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취임 후 자신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누구를 앉힐지 오랜 시간 고민하고 국민 앞에 공개해 검증받도록 해야 한다. 섀도 캐비넷을 구성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대통령으로서의 인사역량을 시험해 볼 중요한 가늠자가 될 뿐 아니라 검증 과정을 거쳐 임명된 후보자들에겐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더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물론 이 모두의 전제는 각각의 철저한 공인의식이다. 공직은 봉사의 자리요 영광된 자리일진데 리더라면 공정과 상식이 내재돼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까지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인수위와 국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일련의 인사관련 뉴스는 사안도 복잡하고 양도 많아 국민들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 아마 대다수의 국민들은 여야가 정파를 떠나 새 정부의 성공적 출범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랄 것이다. 이러한 민심을 조금이라도 의식한다면 우리 정치권이 달라져야 한다. 섀도 캐비넷 도입과 새 정부 초대내각의 임명동의 의무규정 신설은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고 더 유능한 인재가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국회의 권능은 찬반과 절충에 있지 그들의 일방적인 보이콧은 곧 국민에 대한 보이콧이다. 새 정부의 영광스러운 출발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이며 아름다운 등장과 멋진 퇴장은 우리가 가야할 정치 문화 아닌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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