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증시 조정 이상할게 없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 등록 2021-10-19 오전 7:10:28

    수정 2021-10-19 오전 7:10:28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내년 국내외 경제는 올해보다 좋지 않다. 연준이 올해 미국 성장률을 낮춘 바람에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당초 3.3%에서 3.8%로 올라갔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내년 경제가 올해만큼 강한 상승력을 유지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똑같은 경우가 기업에도 적용된다. 지금은 기업 체감 경기가 괜찮은 상태다. 가지고 있던 재고의 많은 부분을 상반기에 털어낸 상태에서 신규 주문이 늘어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급병목현상이 자주 얘기되고 있다. 제품 가격이 올라간 상태이므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만 있으면 큰 이익을 볼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다.

현재 나오고 있는 제조업 관련지표를 볼 때 앞으로 수요가 조금씩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1년간 국내외 경제를 끌고 온 동력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지원금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1년간 전세계적으로 36조달러의 부채가 늘었는데, 그게 상승 동력이 됐던 것이다.

지금은 기존에 나온 정책은 집행이 끝나가고 있는 반면 새로운 정책은 나오기 힘든 상태다. 너무 많은 지출이 이루어진 상태여서 각국 정부가 또 다른 정책을 내놓기 보다 이미 시행된 정책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지켜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분간 경제를 끌고 가는 동력이 보강되기 힘들다.

금융정책도 내년이 올해보다 좋지 않다. 올해는 많은 나라가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데 주력했다. 내년은 유동성 공급을 기대하기 힘들다. 금리를 올리는 나라도 올해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신흥국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이 선진국으로 번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동성 흡수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적용된다. 내년에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규제하는 정책이 더 강화될 것이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주변 여건이 최고점을 지난 반면 주가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주가순이익배율(PER)은 현재 주가가 이익의 몇 배로 거래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숫자가 낮을수록 주가가 낮다는 의미가 된다. 12개월 선행 이익으로 계산한 코스피 PER이 13배다. 지난 2000년 IT(정보통신) 버블 때 이후 가장 높다. 주가를 평가하는 지표가 대표적인 버블 기간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건 주식시장이 언제든지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일반적으로 시장 PER은 3~5년 평균치에 수렴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5년이면 경기 사이클 하나가 완성되는 기간인데, 경기가 좋을 때, 나쁠 때를 비롯해 온갖 경우가 PER에 포함되어 있어 기간 평균치가 경제의 실력과 비슷해진다. 2000년 이후 21년간 코스피 PER 평균치는 9.2배였다. 지금이 13배니까, 이익과 비교한 현재 주가 수준이 과거 평균보다 30% 이상 높은 상태라고 보면 맞다.

주가 상승 기간도 길다. 미국은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고 1년 6개월이 지났다. 과거 평균 상승기간과 비교하면 지금 당장 조정에 들어가도 이상할 게 없다. 코스피는 9개월간 옆 걸음을 하고 있지만 가격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태다.

지금 전세계 자산시장은 높은 가격과 불리한 상황이란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가격이 높은 만큼 사소한 악재에도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그동안은 부동산과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시장이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져도 가격이 반응하지 않았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부채를 일으켜 집과 주식을 샀다. 앞으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많은 나라들이 이렇게 만들어진 부채의 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최고의 상황이 끝나고 있는 만큼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 작년처럼 특수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거라 기대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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