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허점이 발견되거나 새로운 지식이 등장하면서 유용성이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지식의 반감기’다. 이는 해당 지식의 절반이 쓸모없는 것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 새뮤얼 아브스만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경제학 분야 지식의 반감기는 9.38년이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지식의 반감기는 계속 짧아지고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한 어르신이 세상을 떠나면 그 마을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농경사회에서는 세상이 규칙적으로 돌아가니 축적된 경험은 큰 자산이 된다. 산업화시대에도 신문과 잡지만 봐도 세상흐름을 따라가는 데 문제가 없었다. 적어도 후배들에게 쓴 소리를 해도 꼰대라는 얘기를 듣지 않았다. 업무나 지식에서 그나마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경험이나 지식은 인식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과거 경험이나 지식을 가지고 지금의 세상을 논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사람이 된다. “나 때는 말이야”, “이러이러하니 어른 말은 들어야 돼”라고 젊은 층에게 훈계했다가는 틀니를 딱딱거린다는 의미의 ‘틀딱’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스마트폰으로 코인거래도 못하는 디지털문맹 주제에 우리에게 잔소리를 한다고 핀잔을 들을 것이다.
<주역>에 ‘군자표변 소인혁면’(君子豹變 小人革面)이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표범처럼 바뀌지만 소인은 얼굴만 바뀐다는 뜻이다. 가을이 되면 표범의 무늬가 보다 화려하고 두드러지게 변한다. 계절의 흐름에 맞춰 온몸을 확 바꾸는 표범처럼 군자는 세상이 바뀌면 이에 맞춰 과감한 혁신을 한다는 뜻이다. 소인은 고작 바뀌는 척 시늉만 낸다. 스스로 변화하는 군자만 결국 살아남을 것이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2마리의 개(犬,견)가 있다고 한다. 바로 ‘편견’과 ‘선입견’이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편견과 선입견은 경직된 사고로 인식의 큰 장애물이 된다. 자신만의 경험이나 고정관념이 고착화되면서 생긴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이 혹시 편견과 선입견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세상 흐름은 빨리 따라가야 한다. 내 나이 50세가 넘었다면 세상 유행을 만들어가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가 되기는 어렵다.
세상의 주축이 되는 2030세대인 MZ세대의 욕망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세대가 왜 아파트를 좋아하는지, 산과 들을 투자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지 알아야 한다. 요즘 세상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갖춰야 할 덕목이 바로 공감 능력이다. 기성세대라면 2030세대와 공감 능력을 키울 때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따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