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아솔 성훈 "11년 만에 솔로 앨범, 후련합니다" [인터뷰]

솔로 정규 2집 '크로니클' 발매
  • 등록 2022-07-22 오후 3:49:20

    수정 2022-07-22 오후 3:49:20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전 요즘도 오선지를 가지고 다녀요. 제가 좀 아날로그형 인간이라…하하.”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롱플레이뮤직에서 만난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 성훈(41)은 가방 속에 넣어두고 있던 오선지 공책을 꺼내 보여주며 이 같이 말했다. 음표로 촘촘히 채워진 오선지들은 성훈의 새 솔로 정규앨범 ‘크로니클’(CRONICLE)의 출발점이자 뼈대가 된 것들이라 더 특별해 보였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썼던 악보를 다시 펼쳐보니 앨범 하나 정도는 나올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하드 털이’를 제대로 하면서 30대 초반에 스케치해둔 곡까지 작업해 앨범을 완성했어요. 브라운아이드소울 활동을 하면서는 저를 최대한 팀에 녹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엔 제 색깔을 거침없이, 날 것처럼 표현해봤죠.”

성훈이 새 솔로 정규앨범을 내놓은 것은 2011년 ‘메리 미’(Marry Me)를 타이틀곡으로 한 1집 ‘리릭스 위딘 마이 스토리’(Lyrics Within My Story)를 발매한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성훈은 지난해 새 정규앨범 발매 준비에 본격 착수해 그간 써둔 곡들 중 총 15곡을 완성작으로 만들어 앨범에 담았다.

“2집 발매를 해내서 너무 후련해요. 솔직히 지난 1년 동안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거든요. (웃음). ‘엎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몇 번 했는데 그럴 때마다 힘이 되어준 회사 관계자분들과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 형들 덕분에 무사히 레이스를 잘 마칠 수 있었어요. ‘EP 형태로 끊어서 낼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앨범으로 구상해놓았던 그림을 깨고 싶지 않아서 꾹 참고 정규앨범으로 완성하는 데 힘을 쏟았고요.”

성훈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시대별 대표 장르 음악들로 앨범을 꽉 채웠다. 컨템포러리 R&B부터 2000년대 네오 소울, 1990년대 팝발라드, 1980년대 뉴잭스윙, 70년대 디스코, 60년대 펑키소울과 블루스까지. 점차 과거로 빨려들어가는 ‘음악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트랙 구성이 돋보인다.

“관건은 ‘어떻게 묶을 것인가’였어요. 그러다가 음악 취향이 극과 극인 옛 세대와 요즘 세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앨범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연대기’라는 뜻의 ‘크로니클’을 주제로 잡았죠. ‘음악 역사 책’이라고까지 하긴 좀 그렇지만, 책 하나 읽는다고 생각하시면서 앨범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타이틀곡은 팝 발라드 장르 곡인 ‘아껴둔 노래’다. 성훈은 고백을 위해 준비한 노래가 다른 이와의 시작을 축하해 주는 노래로 쓰임새가 바뀌는 상황을 맞이한 감정을 애틋한 가사로 풀어냈다. 토이의 ‘세 사람’ 뮤직비디오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라는 점에서 더 흥미로운 곡이다.

“‘세 사람’ 뮤직비디오가 가슴에 너무 와 닿아 작업해봤어요. 뮤직비디오를 수차례 다시 보면서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요즘 트렌드에 맞춰 가사는 ‘찐하게’ 한번 써봤어요. (미소). ‘아껴둔 노래’는 공개 후 여성 팬들에게 반응이 좋은 곡이에요. 뮤직비디오에서 제가 비를 맞으며 피아노 치는 장면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하하.”

수록곡 중에선 가수 엄정화의 이름을 제목으로 쓴 디스코 트랙인 ‘엄정화’란 곡도 있다. 성훈은 “여자친구와 함께 춤 췄던 추억이 있는 분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써본 곡”이라며 “디스코 하면 엄정화 선배님의 곡인 ‘D.I.S.C.O’가 떠올라 제목으로도 쓰고 가사에도 넣어봤다”고 했다.

“‘엄정화’ 발음을 노래로 불렀을 때 마치 ‘왓 유 원트’(WHAT YOU WANT) 같은 느낌이 나서 입에도 잘 붙더라고요. 사실 엄정화 선배님께 피처링 제안을 했는데 작품이 2개나 겹친 상황이셔서 성사되진 못했어요.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만약 협업이 이뤄졌다면 타이틀곡이 되었을 수도 있던 곡입니다.”

또 다른 수록곡인 R&B 트랙 ‘너만을… 너만을… 너만을…’은 팬들을 생각하며 쓴 곡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성훈은 “3년 전 브라운아이드소울 콘서트에서 관객을 보며 눈물을 흘린 날 곡을 썼다”며 말을 이었다. “이 곡 역시 타이틀곡 후보였다”고 미소 지으며 완성도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콘서트에서 모든 관객이 핸드폰 플래시를 켜는 장관이 연출됐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사실 그 전까진 무대에서 눈물을 흘리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너무 감사하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너만을… 너만을… 너만을…’은 그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집으로 돌아가 15분 만에 쓴 곡이에요. 원래 곡을 쓰다가 막히면 한 달까지 가기도 하는데 그날은 곡이 정말 잘 써졌어요.”

‘전곡이 타이틀곡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곡들로 채워진 ‘크로니클’은 성훈의 음악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앨범이다. 꽤 긴 시간 동안 슬럼프에 빠져 음악 활동에 대한 흥미를 잃은 채 지냈다는 성훈은 ‘크로니클’ 발매를 계기로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노래하는 게 재미도, 의미도 없다고 느껴지는 시기가 있었어요. 일종의 ‘사십춘기’ 같은 게 왔던 거죠. 그래서 한동안 음악 활동을 쉬었고, SNS까지 닫아뒀었죠. 다행히 지금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다양한 도전을 이어갈 의욕도 생겼어요. 컴백을 위해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서 20kg을 감량하기도 했고, 개인 유튜브 채널도 론칭했죠. 새로운 챕터를 연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활동을 진행하면서 ‘성훈 유니버스’를 확장해보려고요.”

인터뷰 말미에 성훈은 “요즘 들어 공부할 때나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브라운아이드소울 음악이 힘이 됐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서 음악이 지닌 힘을 이전보다 한결 더 깊이 체감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술가는 예술로 사람들을 위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빌리 아일리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도 크게 느낀 부분”이라며 “많은 분이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전반적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고 계실 텐데, 그분들에게 꼭 제 음악이 아니어도 좋으니 음악으로 위로받으며 어려움을 잘 극복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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