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흠결없이 진솔한 연주에 박수

-심사위원 리뷰
'클라라 주미 강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자 한계 시험케 한 2시간 30분 공연
흠결 없는 연주, 유연함·진솔함 빛나
  • 등록 2021-06-17 오전 6:20:01

    수정 2021-06-17 오전 6:20:01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해를 넘겨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우리에게서 또 한 번의 봄을 앗아가 버렸다. 그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5월 31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아주 특별하고 의미심장한 클래식 음악회가 열렸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하루 저녁에 완주한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클라라 주미 강 바흐 무반주 전곡’ 공연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이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집’은 바흐의 위대한 걸작 중에서도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 다른 연주자 없이 독주자 홀로 연주에 임하는, 다분히 이례적이고 특수한 형식임에도 애호가들 사이에서 폭넓은 지명도를 확보하고 있다. 연주자의 입장은 더욱 각별하다.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이 작품을 ‘경전’ 내지 ‘일용할 양식’에 비유하며, 전곡 연주는 히말라야의 영봉들에 도전하는 일에 비견한다.

3개의 소나타와 3개의 파르티타(모음곡)로 이뤄진 이 작품 전체를 연주하는 데에는 대략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 안에 포함된 27개의 악장 또는 소곡들은 연주자에게 고도로 연마된 기술과 깊은 음악성, 초인간적 집중력을 요구한다.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그 전체를 한 공연에서 연주한다는 것은 자신의 역량을 발가벗듯 드러내는 동시에 스스로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다.

이날 롯데콘서트홀 로비는 이 특별한 공연을 지켜보기 위해 모인 관객들로 유난히 붐볐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한 이후 같은 공연장에 가장 많은 관객이 든 사례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바흐 무반주의 팬이 이토록 많았던가?’ 놀랍기도 했지만, 연주자의 인기와 그가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밝힌 각오와 소회를 떠올리자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가 이 특수한 상황에서 느끼는 단절과 외로움은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관객도 이 시점에 바흐 작품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여느 공연이었다면 연주의 해석상 특징이나 기술적 잘·잘못을 따지려 들었을 것이다. 적어도 1부에서는 그런 관심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교회 소나타’ 형식과 통하는 소나타 1번에서는 레가토(음들을 부드럽게 이어서 연주하는 기법) 위주의 연주로 성가풍의 경건하고 사색적인 면을 지향하는 경향이, 파르티타 1번에서는 시대악기 스타일의 보다 가벼운 활놀림을 구사하며 춤곡적인 면을 부각하는 경향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분석 또는 재단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는 연주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메모장을 덮었다. 거대한 콘서트홀의 넓은 무대 위에 홀로 서서 분투하고 있는 연주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에서 흘러나오는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반추, 시련과 고뇌, 투쟁과 기도, 사색과 묵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고난과 속박을 딛고 다시금 일어서 자유를 향해 비상하는 여정이었다.

물론 그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연주에 기술적 흠결이 별로 없었던 덕분이다. 무엇보다 유연함과 진솔함으로 요약할 수 있었던 그날, 주미 강의 연주는 시종일관 ‘잘 준비된 연주’라는 인상을 주었고, 그녀만의 바이올린 음색은 롯데콘서트홀 특유의 풍부한 잔향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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