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개딸`(개혁의 딸)들을 향해 참아왔던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고문을 국회에 입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 장본인이지만 이 고문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자당 의원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의 공세가 거세지자 직접 나서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다만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그 저의는 `당권 도전`을 위한 발판 마련이라는 분석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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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에게 연신 “`진심으로 고마워요` `사랑합니다`”를 외치던 이 고문이 일침을 가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같은 당 홍영표 의원 사무실에 인신공격성 대자보가 붙은 일이다.
지난 7일 홍 의원실 측에 따르면 전날 오전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홍 의원의 지역사무실 출입문에 3m 길이의 대형 대자보가 부착됐다. 이 대자보에는 “(홍 의원이) 치매가 아닌지 걱정되고 중증 애정 겹핍 증상이 심각한 것 같다”는 내용과 함께 중앙치매센터 대표번호가 적혀 있었다.
최근 홍 의원이 6·1 지방선거 패배 원인으로 이 고문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에 대한 강성 `개딸`의 목소리로 풀이된다. 한편 그 다음 날 이 고문은 국회 첫 출근길에 여의도 입성을 축하하는 `화환 도열`을 받았다.
두 얼굴의 `개딸` 행보에 이 고문은 끝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딸`들을 향해 “`이재명 지지자`의 이름으로 모욕적 언사, 문자폭탄 같은 억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모멸감을 주고 의사표현을 억압하면 반감만 더 키운다”며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운동에 참여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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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문의 발언 이후 `재명이네 마을`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동료가 되자` `조직적·선동적 문자 폭탄을 자제하자`는 등의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기도 했다.
이 고문의 책임론을 언급했던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하루에도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의 문자 폭탄이 몇백 통씩 오는 것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며 “다만 이러한 `개딸`들의 다른 지지자들을 배척하는 행동이 민주당을 위한 길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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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개딸`을 향한 이 고문의 공개적 요청이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를 위한 밑그림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의원 뿐만 아니라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하는 만큼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표만으로는 확실한 당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즉 전통적 지지자들까지 포섭하기 위해선 `개딸`들의 폭력적인 지지 공세를 누그러뜨릴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는 후보가 한 명으로 압축되는 대선·지선과는 다른 성격이 있다”며 “이 고문의 책임론이 현재까지도 언급되고 강성 지지층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 고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고문에게 펼쳐진 난항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2030 여성들이 대선 후 대거 입당하기 전 이 고문의 절대적 지지층인 40대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 또한 그에게는 또 다른 위기 요소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가 현상을 보여준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 대선 기간 이 고문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힌 40대에서 민주당 36%, 국민의힘은 40%를 기록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민주당 44%, 국민의힘 33%로 민주당이 우세했으나 처음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앞섰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40대 민주당 지지자들이 뒤돌아서는 순간 이 고문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고문에게 당권을 잡기에는 `개딸`의 지지가 필수적인 것은 맞다”면서도 “이들이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전당대회 룰(Rule)을 개정해 `개딸`의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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