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해지는 통신-인터넷 기업문화 [김현아의 IT세상읽기]

  • 등록 2022-09-17 오후 2:52:20

    수정 2022-09-17 오후 3:02:5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황현식 LG유플러스 CEO가 기자간담회에서 4대 플랫폼 중심 신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


지난 15일, LG유플러스가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걸 요지로 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대표이사(CEO)의 입으로 ‘플랫폼 회사가 미래’라고 공식화한 건 LG유플 역사상 26년 만의 일입니다. LG유플러스 전신인 LG텔레콤이 019 번호로 이동전화 사업을 시작한 1996년이 기준이죠. 데이터 통신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설립된 LG데이콤을 기준으로 하면 40년, 한국전력공사에서 분리된 LG파워콤을 기준으로 하면 22년 만의 일입니다. LG유플러스는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이 합병해 2010년 탄생한 회사입니다.

이날 황현식 LG유플러스 CEO는 “진정한 고객 중심회사는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이라며 “플랫폼 사업을 통해 2027년 통신이 아닌 사업 매출 비중을 40%로 늘리고 기업가치 12조 원 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LG유플의 기업가치(시가총액)가 4.9조 원 정도이니, 5년 내에 2배 이상 성장해야 합니다.

그가 4대 핵심으로 꼽은 것은 △통신기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커머스와 구독)△놀이 플랫폼(여러 OTT를 편하게 보는 TV)△성장케어 플랫폼(아이들나라의 키즈OTT화) △웹(web) 3.0 플랫폼(토큰 이코노미나 대체불가능토큰(NFT)과의 접목)이었습니다.

고객의 시간 데이터를 가진 통신사가 무엇을 하는지까지 확장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나, K-콘텐츠와 시너지를 발휘할 놀이, LG유플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아이들나라’의 모바일화, 여기에 개방성과 함께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블록체인까지 흐름은 맞는 것 같습니다.

“황현식님~”으로 부르기 시작한 변화

다만, 제가 걱정스러웠던 건 바로 기업문화였습니다. 플랫폼 사업에서 성공한 기업들, ‘네카쿠배당(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을 보면,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가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황현식 대표를 부르는 한 임원의 말을 듣고 말이죠.

황 CEO의 인사말 이후 권용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소위 4대 플랫폼 중심 신사업 전략을 소개했는데, 그는 큰 틀을 방향을 언급한 황 대표 강연에 대해 “아까 황현식 님이 말씀하셨듯이~”라는 식으로 황 대표를 “황현식님‘이라고 세 번 이상 언급하더라고요.

규제가 강한 통신업을 하는 회사에서 ‘황현식 대표님’, ‘황현식 사장님’이 아니라 이름 뒤에 바로 ‘~님’을 붙이는 문화(황현식님)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SK텔레콤에서는 유영상 CEO를 ‘제임스’라고 부른지 꽤 됐지만 말입니다.

사실 ‘님’ 문화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나 세상의 문제점을 찾아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스타트업(초기 벤처)에선 익숙합니다. 창업 초기부터 그렇죠. 직급이나 직책에 힘을 주는 게 아니라, 각자 맡은 업무의 역할을 평등하게 인정합니다. 심지어 카카오는 직원들을 크루(krew·선원)라고 부르고, 계열사들을 공동체라고 부릅니다. 크루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항해하는 사람들’이란 의미죠.

웨이브 오리지널 <위기의 X>


규율 갖추기 시작한 인터넷 대기업들

그런데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대기업이 된 인터넷 기업들은 스타트업과 달리 어느 정도의 규율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국내 최고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는 창사 20년 만인 2019년 임원제를 부활했죠. 네이버는 1999년 네이버컴이라는 작은 회사로 첫발을 뗐습니다. 그런데 리더와 대표급(C레벨)사이에 중간관리자인 ‘책임리더’ 직급을 만든 겁니다. 이들은 비등기 임원으로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보유 주식에 대한 공시 의무도 갖습니다.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계열사 사업 전략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인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orporate Alignment Center, CAC)’를 만들어 조직 문화를 바꾸고 있습니다. 사회와 함께 긴 호흡으로 성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답은 없어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인 <위기의X>에선 주인공 권상우(a저씨)가 대기업에서 희망퇴직을 한 뒤 스타트업에 부사장으로 입사해 조직 문화를 바꾸는 과정이 나옵니다.

그는 자동차 디테일링 스타트업 회사(루시도)에서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데, 이 회사는 아이디어는 기발하나 임원들끼리 시도 때도 없이 으르렁거리고 다투는 문제가 있었죠. 그런데 관록으로, 유머로, 청춘들을 다독이고 독려하는 a저씨 덕분에 차츰 회사다운 모습을 갖춰갑니다.

조직 문화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오늘 하루하루를 함께 한다’는 동료 의식이, 이를 통해 ‘다가올 새로운 도전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충만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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