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美국채금리 4.7% 돌파…“저금리 저물가 시대 끝났다”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 또 경신
강한 긴축에도 견고한 경제데이터 계속 나와
강력한 소비지출…‘고압균형’상태 왔다는 진단도
금리 잠재적 더 높아질 것…“5%대 국채금리 가능”
  • 등록 2023-10-03 오후 2:20:23

    수정 2023-10-04 오전 4:25:35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거침없이 치솟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돌파하더니 4.7%까지 치솟았고, 머지않아 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로 시작한 ‘저금리 저물가’시대가 끝나고 구조적인 ‘고금리 고물가’ 시대로 들어섰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뉴욕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한 때 4.702%까지 치솟은 후 4.683%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무려 12bp(1bp=0.01%포인트) 이상 오르며 2007년 10월 15일 기록한 4.71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국채금리가 치솟은 것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고하다는 데이터가 계속 연이어 나오면서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48.0을 웃돌았다. 업황 위축과 확장을 가늠하는 기준선인 50은 밑돌고 있지만, 지난 6월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도 제조업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바라는 연착륙 궤도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온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보다 강화했다.

로이터통신은 “10년물 국채금리가 계속 오르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금융위기로 시작한 저금리 저물가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 추이(그래픽=CNBC)
실제 미국 경제는 연준의 강한 긴축에도 불구 낮은 실업률과 탄탄한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실업률은 3.8%로 전달(3.5%) 대비 소폭 오르긴 했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2.1%(전기대비 연율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등 다른 국가들이 고금리 여파에 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과 상반된 결과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데도 미국 소비자 지출은 견고한 ‘고압균형’(high-pressure equilibrium) 상황에 이르렀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서한에서 “강력한 소비지출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와 일치하지 않은 고압균형 상태에 진입했을 수 있다”면서 “이 시나리오에서는 연준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하고, 금리 수준은 잠재적으로 상당히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미 경기 과열 또는 침체가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금리인 ‘중립금리’는 상향됐다는 게 연준 안팎의 시각이다. 통상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연준 목표치 2.0%)에 0.5%포인트를 더한 2.5%를 실질중립금리로 추정하는데, 이와 유사한 것으로 간주되는 장기금리를 연 3.0% 이상으로 전망하는 연준 위원수도 6월 3명에서 9월 5명으로 늘어났다. 중립금리가 3.0%이고 기준금리가 5.5%이면 실질금리는 2.5%로, 연준이 고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장기물 국채금리는 5%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30년물 국채금리는 5% 중반에 이르고, 10년물 국채금리도 5%에 육박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구조적 인플레이션이 이러한 환경에서는 지속해서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도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연준이 금리를 7%까지 계속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급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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