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영화 표절 논란 오징어게임, 정작 일본에선 호평[김보겸의 일본in]

日작품 표절논란 오징어게임, 일본 넷플릭스서도 1위
배틀로얄류 데스게임 익숙한 日시청자들도 호평
"설정, 주제의식 비슷하지만 한국만의 오리지널리티"
  • 등록 2021-09-26 오후 4:31:43

    수정 2021-09-26 오후 9:02:41

평범하게 지내던 학생들이 갑자기 데스게임에 참가하는 ‘신이 말하는대로’(왼쪽)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오징어 게임’(오른쪽)(사진=필마크스)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오징어 게임이 아니라 오징어 짬뽕이다.”

지난 17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공개되자마자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표절 논란이 따라붙었다. 게임에서 지면 죽는다는 설정은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2014)’를, 인생의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주최자 불명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는 줄거리는 ‘도박묵시록 카이지(2009)’를 연상케 한다. 목숨을 건 다양한 데스게임에 참여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리스 인 보더랜드(2020)’는 물론 이 모든 것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배틀로얄(2000)’까지…. 오징어 게임은 이 모든 것을 한 데 뒤섞은 ‘오징어 짬뽕’ 같다는 비판이다.

친구 보증을 섰다가 인생 역전게임에 참여하게 된 카이지(후지와라 타츠야). 딸 생일에 도박으로 딴 돈을 소매치기당한 성기훈(이정재)도 데스게임에 참가한다. (사진=넷플릭스)
배틀로얄류 데스게임의 원조 일본에선 오징어 게임의 흥행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 드라마는 지난 22일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5일에는 일본 넷플릭스에서도 1위에 올랐다. 공개 전부터 ‘한국판 카이지’ 등으로 불리며 일본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면서다.

배틀로얄류 생존게임을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인 지 오래돼서일까, 일본 시청자들은 ‘오징어 게임’ 표절 논란에 관대한 모습이다. 일본 최대 영화 리뷰 사이트 필마크스에선 표절보다는 ‘한국만의 오리지널리티’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배틀로얄’과 ‘카이지’, ‘아리스 인 보더랜드’를 연상케 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고 서바이벌계 작품의 재탕인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임을 한국 전통놀이로 채웠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짚는다.

필마크스는 제목에 등장하는 오징어 게임이 ‘한국에서 1980년대까지 유행하던 전통적인 어린이 놀이’라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표절 비판을 피하려고 상금이나 목숨을 건 서바이벌 작품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오징어 게임’은 달고나 뽑기와 구슬치기, 줄다리기, 징검다리 등 한국 전통놀이를 소재로 사용해 기존과는 다른 작품으로서 즐길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사진=넷플릭스)
작중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보편성에 대해서도 호평 일색이다. 일본에선 ‘다루마(달마)상이 넘어졌습니다’라는 이름으로, 영국에선 ‘조각상 게임’, 미국에선 ‘빨간불, 초록불’, 스페인과 중국, 홍콩 등에도 유사한 놀이가 존재하는 만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한 작품 1화에 이 놀이를 사용한 건 바로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다.

한 일본 시청자는 필마크스에 “‘카이지’와 비슷한 소재를 쓰면서도 만드는 방법이나 감정선 표출, 줄거리 등은 한국의 것으로 별개라는 느낌”이라고 감상평을 적었다. 또 다른 시청자도 “확실히 일본 작품들과 비슷하긴 한데 데스게임류 드라마나 영화는 모두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 어떻게 하더라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된 단순한 주제의식도 오히려 일본 시청자들은 장점으로 꼽고 있다. 복선이나 속임수 없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가 단순하기에 메시지의 무게와 깊이가 솔직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456명은 1명 목숨당 1억의 상금을 걸고 데스게임에 임한다(사진=넷플릭스)
필마크스에서 한 시청자는 “흔한 주제이지만 게임을 모두 아이들 놀이로 설정한 건 참신하다. 한국의 사회적 문제를 비추는 드라마”라며 “너무 많아도 없어도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돈을 사람 목숨과 바꾼다는 설정으로 지금 드라마를 만드는 한국은 대단하다. 일본에서 지금 이런 드라마를 만든다면 몰매를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알록달록한 놀이터와 광대한 모래밭 등 현실적이면서도 독특한 세트장이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에서도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 ‘도깨비’ 주인공 공유의 특별출연도 일본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오징어 게임은 컴퓨터 그래픽을 최소화하고 실제 알록달록한 세트장을 구현함으로써 몰입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넷플릭스)
아쉽다는 반응도 물론 있다. 한 시청자는 “‘한국판 카이지’라고는 하지만, 데스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두뇌 싸움이나 승리에서 오는 희열이 부족하다는 게 좀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카이지’와 ‘신이 말하는 대로’, ‘아리스 인 보더랜드’를 엉망으로 섞은 스무디 같은 느낌이었다”면서도 “그래도 주연배우들 연기력으로 살린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한국 최초의 배틀로얄류 드라마로 전 세계 시청자들은 물론, 데스게임의 요람인 일본 시청자들마저 사로잡은 오징어 게임은 시즌2를 예고하며 마무리한다. 후속작에서는 전작의 한계로 지적된 단순한 전개와 시대착오적 캐릭터, 불필요하게 유발한 불쾌감을 극복하고 또 다른 신선함을 선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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