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규제의 칼날’ 핀테크의 시계가 멈췄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 등록 2022-08-26 오전 10:11:23

    수정 2022-08-26 오전 10:11:23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을 통해 금산분리 완화를 비롯한 36개 추진 과제를 선정하며 금융규제 혁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글로벌 금융 시장 변화 흐름에 맞는 혁신이 이뤄진다면 분명 의미 있는 시작이라 될 것이라 본다. 다만, 금융규제 혁신이 진정한 혁신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융규제 혁신의 목표는 금융산업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를 만드는 것”이라며 “금융규제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이영훈 기자)


금융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가겠다며 등장한 국내 핀테크 상황을 보자. 그간 감당하기 어려운 규제 등장으로 인해 국내 핀테크 산업은 성장세가 꺾였을 뿐만 아니라 성장이 아예 멈췄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평가뿐 아니라 글로벌 지표로 봐도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의 현실은 참담하다. 글로벌 리서치사 핀덱서블(Findexable)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핀테크 생태계 순위는 전 세계 26위로 전년 대비 8계단 하락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핀테크 선진국인 미국(1위), 영국(2위), 중국(15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순위이다.

디지털 산업 선진국인 우리나라 성적표가 참으로 참담하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금융규제 방식 때문이 아닐까. 포지티브 방식인 우리나라 금융규제가 지나치게 규칙 중심인데다 인허가, 영업행위 등에 관련해서는 더 엄격하고 촘촘히 설계돼 있다는 점이 결국 혁신을 만들어가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고, 핀테크 활성화의 장애요인이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금융규제 사례는 바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이다. 금소법은 지난 10년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발의폐기를 반복해 오다 라임,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 이슈가 급격하게 부각되며 통과됐다. 다만, 문제는 금융소비자보호라는 명분 하에 금융소비자 편익까지 저하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핀테크 업계는 제공하던 비교추천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비즈니스 모델 전면 수정에 나서야만 했다. 금소법 하에 금융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가 ‘중개’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로인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에 또 한번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비롯한 핀테크 기업들은 사업을 중단하거나 추가 투자유치 불가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업계 현실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고 시행을 준비 중이다. 핀테크 서비스 변경 시 6개월 전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규제 등이 담겨 있어, 급변하는 핀테크 시장에 맞지 않는 규제라는 핀테크 업계 반발이 일고 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금융당국은 금소법 시행 1년 만인 올해 8월, 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핀테크 업계에 대한 규제 칼날이 또 한번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체크카드와 간편결제 같은 선불·직불지급수단도 신용카드와 똑같은 연계·제휴서비스 규제를 적용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동일기능 동일규제’라는 미명 하에 금융소비자 효용이 오히려 줄어들 위기에 봉착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여신을 통한 카드 결제 서비스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 서비스는 성격이나 유형 자체가 다르다. 이때문에 ‘동일기능’으로 묶이는 전제 자체가 불합리한 것은 아닌지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간 핀테크는 간편송금, 대출금리 비교, 자산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 산업 내의 정보 비대칭성과 저효율성을 크게 개선함으로써 사회적 편익을 증진해왔다. 핀테크 덕분에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음은 물론 금융서비스에 대한 권리가 사용자에게 돌아가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앞으로도 마이데이터, 예·적금 비교 등 기술에 기반한 보다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성이 풍부하다는 점 또한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비약적인 성장세에 대한 레거시 금융권의 견제와 점차 강해지는 금융당국의 규제는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시장을 혁신하는 길을 자꾸만 가로막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의 성장세를 꺾어 정체기에 돌입하게 만들었다.

금소법 도입 당시의 취지를 되새겨보자. 다름 아닌 금융소비자보호다. 진정한 금융소비자보호는 규제의 증가보다는 금융시장의 비대칭성 해소와 비효율성 개선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음을 지난 몇 년간 핀테크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규제 등장으로 정체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무엇이 금융소비자들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방향인지 핵심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금융규제 혁신이 규제의 칼날을 무리하게 휘두르기보다는 이 핵심을 꿰뚫는 것에서 시작해 올바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로써 멈춰 있던 핀테크 산업의 시계가 다시 흘러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