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상제, 무주택자의 희망인가 희망고문인가[데스크칼럼]

정부, 분상제 개선안 마련..이번 주 발표 예정
文정부 과도한 분상제로 '로또아파트' 양산
심리자극해 영끌 조장하고 정비사업 발목 잡아
분양가 현실화하되 공공기여 늘리는 게 공정
  • 등록 2022-06-19 오후 4:36:29

    수정 2022-06-19 오후 9:32:37

[이데일리 이승현 건설부동산부 부장]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선안이 이번 주에 발표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의 분양가 상한제는 지나치게 경직되게 운영되고 있고 인위적으로 누르는 것이 문제”라며 “시장의 움직임과 연동될 수 있는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당초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가 주택가격을 자극해 전반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이었다. 예를 들어 평균 시세가 3.3㎡당 3000만원인 동네에 새 아파트가 3500만원에 분양을 하면 주변 단지가 ‘키 맞추기’를 하며 3500만원으로 오르는 현상을 막기 위해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 정도로 묶어뒀던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70% 수준에 맞추도록 했다. 주변 시세는 20억원인데 14억~15억원에 아파트를 분양하면 당첨 즉시 5억~6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새 아파트의 일반분양 물량은 당첨만 되면 수억원을 벌 수 있어 ‘로또아파트’로 불리게 됐다.

‘로또아파트’의 표면적인 문제는 소수의 일반분양 당첨자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몰아준다는 것이다. 물론 무주택자들(대부분 당첨자는 무주택자들이다)에게 싸게 집을 살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명분도 있지만 청약당첨만으로 즉시에 수억원의 불로소득을 벌 수 있다는 것은 과도하다.

더 큰 문제는 ‘로또아파트’ 열풍이 부동산 시장에 과열된 심리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당첨만 되면 수억원씩 벌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리니 너도나도 청약에 도전하게 되고 집을 사지 않으면 내가 큰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런 심리가 40~50대는 물론이고 20~30대까지 ‘영끌’로 집을 사도록 유도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분양가 규제, 시장 개입이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은 일반분양 분양가를 통해 사업비를 충당하는 구조인데 분양가를 너무 누르게 되면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사업 진행이 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곳이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장이라고 불리는 둔촌주공 아파트다. 이 단지는 분양가 문제가 시공비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공사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정부가 터무니 없이 낮은 분양가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이곳은 이미 분양을 마치고 내년쯤 입주를 기다리는 곳이 됐을 것이다.

정비사업의 제동은 도심 공급 가뭄으로 이어진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가구수는 연평균(2017~2020년 기준) 5만9225가구씩 늘어나는데 2021~2024년까지 총 공급량은 8만8967가구 밖에 되지 않는다. 4년간 14만8000가구의 공급부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새 아파트가 거의 나오지 않으니 무주택자들이 서울에서 집을 살 길이 너무 좁아졌다. 분양가상한제가 무주택자의 희망이 아니고 희망고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선안에는 최근 폭등한 원가와 조합원 이주비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원가 인상 요인뿐 아니라 시장을 자극하지 않고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로 분양가상한을 완화하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 분양가가 높아지면 정비사업에서 과도한 이익이 날 수 있다. 이 초과이익은 공공기여를 통해 환수, 다수의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면 된다. 이것이 소수의 무주택자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몰아주는 것보다 훨씬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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