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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아치의 노래', 두 번 봐야 할 영화" [인터뷰]

'아치의 노래, 정태춘' 18일 개봉
'뮤지션' 정태춘의 삶과 음악 담아
"일대기 드라마·음악 각각 즐기길"
고영재 감독 "해석은 각자의 몫"
  • 등록 2022-05-21 오후 3:16:48

    수정 2022-05-21 오후 3:16:48

정태춘(사진=NEW)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노래가 진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그분들껜 영화를 두 번 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음악 다큐멘터리 ‘아치의 노래, 정태춘’(감독 고영재)의 실제 주인공인 가수 정태춘이 영화 관전팁을 이같이 전했다.

정태춘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 번은 정태춘 일대기의 드라마를 훑어보시고, 두 번째는 음악을 즐긴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권했다. 다만 “내 행적이 고되고 험난하기 때문에 영화와 음악이 아름답게만 느껴지진 않을 것”이라고 걱정 어린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지난 18일 개봉한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정태춘의 시대별 대표작 28곡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음악과 삶을 담아낸 작품이다. 정태춘의 데뷔 당시부터 주요 방송 보도, 소극장 공연 투어 ‘얘기 노래마당’ 등 미공개 아카이브 영상을 풍부하게 활용해 시대의 질감을 오롯이 담아냈다.

장르는 ‘다큐멘터리’지만 실제 작품을 들여다보면 ‘정태춘의 음악세계’를 촘촘히 담아낸 음악 다큐멘터리, 음악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메가폰을 잡은 고영재 감독의 절묘한 연출력이 발휘된 결과다. 정태춘의 삶을 오롯이 조명하면서도, 정태춘의 음악세계를 다채롭게 담아내며 ‘음악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의 장점만을 결합한 ‘음악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이는 정태춘의 삶과 음악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고영재 감독의 연출 의도가 담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고영재 감독은 “전 연령, 전 국민이 공감할 만한 영화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정태춘을 아는 분도, 정태춘을 모르는 분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영화를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만큼, 함께 보시고 영화를 본 다음에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고영재 감독(사진=NEW)
‘아치의 노래, 정태춘’에는 정태춘의 낭만적인 초기 음악부터 사회의 불의에 저항한 시대정신이 반영된 음악까지 다채롭게 담겼다. 한국적인 서정성과 토속성을 담아냈다고 평가받는 ‘시인의 마을’, ‘촛불’을 비롯해 가요 검열을 피해 비합법 음반으로 발표했던 ‘아, 대한민국’과 더불어 ‘일어나라 열사여’, ‘우리들의 죽음’, ‘아치의 노래’, ‘저 들에 불을 놓아’ 등 곡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사실 ‘음악영화’라고 해도 스무 곡 이상을 한 작품에 담긴 쉽지 않다. 하지만 고영재 감독은 이 많은 곡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연출을 통해 정태춘의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정태춘은 극장 객석에 앉아 자신의 음악과 무대를 감상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거울로 나 자신을 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정태춘은 “(공연장 장면의 경우) 관객분들이 객석에서 봤던 장면을 내가 그대로 보는 것과 같지 않냐”고 반문하며 “그동안 못 느꼈던 무대의 생동감, 연주자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정태춘은 “초반엔 아웃사이더의 독백 같은 노래들이 나오다가 세상과 만난 이후 부딪히고 대항하며 느낀 감정들을 음악으로 담아내면서 내 음악 스타일이 확 변하게 된다”며 “만약 초기 음악 스타일을 고수했다면 이후 내 삶이 순탄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간의 내 행보가 후회되는 것은 아니다. 내겐 그 어떤 갈등도 없었고, 스트레스도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특히 가요 검열 철폐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철폐라는 성과를 거둔 점에 대해서는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나는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창작자에게 검열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태춘(오른쪽)과 박은옥(왼쪽)(사진=NEW)
가요 사전심의 제도는 정부기구인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륜)에서 행한 사실상의 ‘사전 검열’ 제도였다. 6년간 이어진 정태춘의 투쟁 덕에 가요 사전심의 제도는 1996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내려졌고 이후 가수들은 자유로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글로벌 음악시장을 주름잡은 방탄소년단(BTS)가 탄생할 수 있었고, K팝이 전 세계 주류 음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정태춘은 후배 가수들에게 하고픈 말로 “후배 세대에게 이런 음악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음악적인 행동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하며 “이러한 상상력도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부분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을 계기로 한동안 멈췄던 음악 활동을 재개한 점에 대해서는 “내 노래를 따라가는 일대기가 마무리됐으니, 새로운 시점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신곡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이유 같은 것이 필요했는데 40주년 프로젝트와 더불어 이 영화 개봉을 계기로 마음의 변화가 일었고 다시 음악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태춘은 “지금은 아무런 목적의식이나 특별한 이유를 달지 않고 내 속에서 나오는 노래를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그저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 좋은 노래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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