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왜 미국은 종전선언에 소극적일까

설리번 보좌관·박수현 수석 '종전선언 인식차' 공개
韓 "종전선언 법률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상징적이고 정치적 선언" 강조하지만
美 파급력 등 우려 '신중'…北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문도
  • 등록 2021-10-28 오전 11:00:30

    수정 2021-10-28 오후 4:23:39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종전선언을 다시 화두로 던진 이후, 한미간 밀도있는 협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전히 각론에서는 입장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은 법률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상징적이고 정치적 선언”이라고 강조하지만, 미국은 종전선언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우려하며 내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백악관종전선언 조건 다를수도 韓美 온도차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확한 순서와 시기, 조건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자 “핵심적인 전략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한국 측과) 뜻을 같이하고 있고 외교를 통해서만 효과적인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역시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시기와 순서 등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긴밀하게 협의해 나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입장 차가 있음을 인정했다.

노규덕-성김, 대북 협의 마치고 회견장으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오른쪽)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후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연합 제공)
최근 한미 외교안보·정보 고위관계자간 연쇄 협의가 이뤄지면서 한미간 종전선언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왔다. 그러나 잇단 협의에서도 미국은 종전선언에 대해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지 않은 채 ‘논의를 지속할 뜻이 있다’는 원론적 메시지만 발신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앞서 12일 방미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면담에서 종전선언 구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으나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지난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며 협의를 한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역시 약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포함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탐색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히는데 그쳤다.

여기에 한미 고위 관계자가 이날 종전선언의 구체적 내용에 의견차가 적지 않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셈이다. 특히 한미가 종전선언의 시기와 순서에 ‘이견’이 있다는 것은 미국이 사실상 ‘종전선언이 비핵화 협상의 입구’라는 한국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간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이 정전협정을 대체하거나 유엔사 해체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종전선언이 주한미군의 지위와 북한의 군사력 증강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하는 모양새다.

북한 비핵화 의지 놓고서도 온도 차 보여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리는 1차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장면이 서울 DDP 프레스센터에 중계되고 있다. 노동당사에서 개최되는 남북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신뢰가 다르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등 2018~2019년 남북·북미 대화 주역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수차례에 거쳐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미국 국무부 등은 논평 등을 통해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과 관련한 고급 기술을 확산하려는 의지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고 지구적인 비확산 체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해 “흥미롭고 좋은 발상”(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라고 하면서도 대화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무기개발을 도발로 규정하는 ‘이중기준’ 철회와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올해만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8번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이 아닌 ‘자위권 행사’이라는 정상국가의 행위로 보라는 메시지를 덧붙이면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도발이라는 단어를 자제하는 한편, 미국 등은 이를 여전히 도발(provocation)로 바라보는 것 역시 이같은 시각차를 보여주는 일례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월 평양에서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9시간에 걸쳐 사업총화보고에서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설정하고 ‘중대한 전략적 과제’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 핵무기의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다탄두유도기술의 완성 △(미국 워싱턴을 사정권에 두는) 1만 5000km 거리의 대상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의 고도화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탄두 개발 도입 △수중·지상 고체연료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잠수함과 잠수함 발사형 핵 전략무기의 보유 △군사정찰위성 운용 △무인정찰기 개발 등을 꼽았다.

북한은 이를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제개발 5개년 계획에 반영해, 이같은 무기 개발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북한의 무기 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인지, 오히려 무기 개발을 지속할 명분을 주는 것이 아닌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논란이 여전하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관계자는 “과거 오바마 정부 당시부터 대북 정책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 관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불신은 뿌리깊다”며 “이를 문재인 정부가 단기간에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되 선제적 양보 등을 통해 협상을 서두르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일본의 강경한 태도 또한 미국정부의 판단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 정책에 대해 한·미·일 공조를 하기로 한다는 입장하에 주기적으로 북핵수석대표간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일본은 북한의 무기 개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은 “외교는 억지와 짝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북 제재 유지에 대한 뜻을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설리번 보좌관 발언에 대해 “한·미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 및 대화를 우선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도 긴밀한 공조하에 종전선언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