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리츠 만기대란 …'제로금리' 일본으로 눈돌린다 [마켓인]

켄달스퀘어·신한알파리츠 등 내년 대출 만기액 상당
금리 껑충 뛰어 재융자시 이자 비용부담도 훌쩍
운용사들, 저금리 일본 대출 '관심'
기업간 여신이나 사무라이본드 발행도 검토
  • 등록 2022-08-18 오후 12:35:00

    수정 2022-08-18 오후 9:39:52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리츠(REITs) 운용사들이 내년 대출만기를 앞두고 높아진 금리수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리가 껑충 뛴 가운데 내년 대출을 리파이낸싱(재융자)할 경우 대출이자 부담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여전히 제로 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에 이목이 쏠린다. 싼값에 돈을 빌릴 수 있는 만큼 엔화로 조달하는 방안을 물색 중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내년 만기 돌아오는데 금리는 껑충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SR켄달스퀘어리츠(365550)의 전체 차입금 중 대략 36%가 내년 만기가 돌아온다. 작년 7월 당시에는 51%였는데, 작년 유상증자 실시로 2025년 이후 만기인 차입금이 늘면서 그나마 비율이 줄었다.

리츠는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빌딩·물류센터 등 부동산을 사들이고 이후 임대료나 매각 차익으로 얻은 이익을 정기적으로 배당하는 부동산 투자회사다. ESR켄달스퀘어리츠 반기보고서를 보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2550억원, 오는 2024년 만기인 차입금은 3378억원 규모다.

다른 리츠들도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수천억원 규모에 이른다. 롯데리츠(330590)는 내년 만기인 차입금 및 사채가 9670억원이며 신한알파리츠(293940)는 내년 만기 차입금이 3550억원, 2024년 만기 차입금이 1025억원이다. 이 대출들은 모두 금리가 2%대 수준이다.

문제는 내년에 만기가 돼서 높아진 금리에 대출을 리파이낸싱(재융자)하면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자본조달 비용이 늘어나면 리츠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재원이 줄어들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출금리는 은행에 담보 제공한 선순위 대출인데도 만기 3~5년 고정금리가 4%대에 이른다”며 “이전에 조달했던 대출금리는 2%였는데, 내년에는 4%대 이상에 돈을 빌릴 생각을 하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조달금리가 3%대 수준으로 떨어져도 다른 비용을 아껴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년까지 금리가 3%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토로했다.

◇ ‘제로금리’ 일본으로 쏠리는 눈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자본조달 비용이 낮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해외 자본조달 방법으로 ▲캐리 트레이드 ▲기업간 여신(국경 간 거래) ▲해외 회사채 발행 등 3가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채권, 주식, 원자재,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여신이란 금융기관이 거래 상대방에게 금전 및 신용을 제공하는 거래 행위를 말한다. 돈을 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신용을 믿고 보증을 서주는 지급보증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세 가지 방법 중 운용사들 관심이 높은 것은 ‘캐리 트레이드’다. 여전히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일본은 ‘저금리’와 ‘엔화 약세’라는 장점 덕분에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전세계가 인플레이션 압박에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일본은 도통 오르지 않는 물가 때문에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본은행(BOJ)은 단기금리는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기준인 10년물 국채는 0% 수준으로 유도하도록 무제한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이처럼 낮은 금리로 일본에서 대출받아 국내 우량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국내 운용사들은 외국환거래법에 저촉될 것을 우려해 선뜻 캐리 트레이드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 차입한 돈을 해외 자산 투자나 무역에 쓰는 것이 아니라, 국내 자산 투자에 쓰는 것이 외국환거래법상 가능한지를 명확히 알기 어려워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관련 법을 확인해 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이같은 투자를 허용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국내 운용사가 일본에서 차입한 돈으로 투자해서 파산하면 최악의 경우 담보로 제공했던 국내 자산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재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사무라이 본드도 주목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방법으로 ‘기업간 여신’(국경 간 거래)도 있다. 이는 국내 운용사가 해외 지배기업(모회사)이나 관계기업으로부터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빌릴 돈이 수천억원에 이를 경우 돈을 빌려주는 기업의 재무사정이 좋아야 하는데다, 해당 기업의 여신한도(대출해줄 수 있는 최고 한도)가 줄어든다는 제약이 있다.

이밖에 ‘회사채 발행’ 방법도 있다. 예컨대 일본 등 해외에서 저렴한 금리에 회사채(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하는 것이다. 사무라이 본드란 외국 기업이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 채권을 말한다. 원리금 상환과 지급은 엔화로 계산하며, 이율은 일본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다만 일본 채권시장은 발행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신용도가 높은 선진국 지방정부나 국제금융기관, A등급 이상의 우량기업들이 주로 발행한다. 한국에서는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포스코, 한전, 산업은행 등이 발행한 적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츠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많은 수익이 돌아가게 하려면 자본조달 비용을 낮춰야 한다”며 “세 가지 방법 중 어떤 것이 최적의 선택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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