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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돌과 시멘트로 높게 쌓아올린 담벼락, 그 위로 집과 집을 바투 지어 옹기종기 모여 살았더랬다. 담벼락 아래로 흐르는 개천도 빼놓을 수 없는 전경이다. 하지만 말이 좋아 개천이지 낭만적인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잡초더미 무성하게 키운 탁한 물이 흐르기 일쑤였으니. 현실은 그림만큼 아름답지도 다정하지도 않았던 거다.
‘천변풍경’(2019)은 그 긴 시간 중 일부를 정지시켜 놨을 뿐이다. 오래된 사진첩에서 한 장 뽑아낸 듯, 추억조차 닳아버린 한 시절의 서정이 연하게 번진다.
24일까지 서울 중구 통일로 아트스페이스선서 여는 ‘홍대 75전’에서 볼 수 있다. 홍익대 미대 75학번의 동기전이다. 작가 27명이 회화·조각·설치작품 등 29점을 걸고 횟수로는 5번째, 햇수로는 4년 만에 다시 열었다. 종이에 혼합재료. 91.0×61.0㎝. 아트스페이스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