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가격 한달새 11% '뚝'…“슈퍼 콘탱고 나타나”

산업경기 선행지표 ‘닥터 코퍼’ 가격 급락
현물-선물 가격차 17년 만에 최대 벌어져
수요 부족에 재고 쌓여…경기 둔화 우려↑
  • 등록 2023-05-24 오후 1:52:14

    수정 2023-05-24 오후 7:26:46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산업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해 ‘닥터코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속절없이 무너지며 톤(t)당 8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현물과 선물 가격 격차가 17년 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지는 ‘슈퍼 콘탱고’(super-contango) 현상이 나타나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구리 (사진=게티이미지)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올초 t당 9300달러 선까지 거래되던 구리가격은 한달새 11%가량 하락하며 22일 기준 8000달러선까지 떨어졌다.

특히 구리의 현물가격은 3개월 인도분 선물가격보다 66달러 낮게 거래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큰 격차로, 구리에 대한 수요가 뚝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가 이미 예견된 상황에서 그나마 활력소가 될 중국의 경기반등이 예상보다 못 미치면서 구리 재고가 쌓여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 원자재 시장에서는 현물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낮게 거래된다. 미래에 약정한 날까지 재고를 보관하는 데 각종 비용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요 부족 또는 공급과잉에 따라 물품을 저장할 재고 공간이 부족하면서 비용이 더 늘어나고 현·선물 가격 격차는 보다 크게 벌어지게 된다. 이를 ‘슈퍼 콘탱고’라고 부르는데 현재 구리가격이 이같은 상황에 직면했다고 FT는 분석했다. 비축 물량이 고갈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구리 가격이 반등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스톤엑스의 비금속 분석가인 나탈리 스콧그레이는 “수요 약세의 징후에 의해 구리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미국과 유럽 등 서구의 수요가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원자재 중개업체 마렉스의 알 먼로 금속전략가도 “구리가격 급락은 최근 몇년간 이만큼 심각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구리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 둔화와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모멘텀이 희미해지면서 시장에서는 구리 가격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불황을 고려해 구리 평균 가격을 t당 9750달러에서 8698달러로 낮추며 “경기 침체 전망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구리가격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시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등 탄소중립정책이 이행되면서 핵심소재인 구리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22일 “중국이 초전도 금속을 사용하는 전력망에 대한 지출을 막대하게 늘리면서 연말 구리 가격이 t당 1만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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