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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국외 탈출을 지원하는 러시아의 비영리단체 ‘OK러시안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3월 말까지 러시아를 떠난 ‘브레인’ 인력이 3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중 절반 가량은 IT업계 종사자라고 OK러시안스는 설명했다.
러시아 전자통신협회도 지난 3월 보고에서 침공 이후 약 7만명의 IT인력이 국외로 이주했다고 밝힌 바 있다. 4월 이후엔 유가상승에 따른 항공료 인상으로 인재 유출이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해외 도피가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IT전문가 및 다양한 연구 인력들은 물론 음악가, 작가, 배우 등 예술인, 스포츠 스타 등까지 다양한 부문의 인재가 러시아를 떠나 몸을 숨기고 있다. 언론인도 상당수가 국외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에 반하는 보도나 우크라이나 전장 취재 이후 체포 또는 살해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어서다.
또 러시아의 비정부 조사단체가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4세 이하 해외 이주 희망자 비율이 약 50%를 차지했다. 닛케이는 “러시아의 과거 영광이나 성공을 겪어보지 못한 젊은이들은 러시아의 미래에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에서 지속적인 인재 유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러시아에서 미래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방의 제재로 북한처럼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의 타바타 신이치로 교수는 “러시아는 자원으로 얻은 부(富)에서 소비를 확대했지만 중국처럼 국내 산업을 키우지 못했다. 성장산업을 육성하지 않아 지식층이 나라를 떠나고, 경제침체로 인재가 더 많이 유출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평했다.
미국은 러시아 인재 유출을 기회로 삼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러시아 고학력자들이 미국 비자를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의회에 관련법 개정을 요청했다. 인공지능(AI)·원자핵공학·양자물리 등 과학·공학 분야 석·박사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전문직취업비자(H-1B) 신청시 ‘고용주 후원’ 요건을 4년 간 유예해준다는 내용이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UC데이비스)의 노동경제학자인 조반니 페리 교수는 “인재 유치는 지역 전체의 성장에 파급력을 가진다. 미국에서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대학 졸업생의 약 30%가 외국인이다. 이는 질 높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