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들어 에너지주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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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수년간 잠잠했던 에너지주(株)가 고공질주하면서 친환경 투자자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래의 환경 보호라는 신념을 지킬 것인가, 수익을 좇을 것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면서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500 종합지수가 올 들어 21% 상승할 때 에너지 업종 지수는 54% 반등하며 업종별 지수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에너지 업종 지수는 2위 그룹을 16%포인트 격차로 따돌렸는데, 이는 2000년 이후 1·2위 업종 간 수익률 격차로는 세 번째 규모다.
최근 7년간 부진했던 에너지주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8개년 가운데 7개년 동안 에너지 업종 수익률은 S&P500 지수 수익률을 밑돌았다. 반면 미래에 투자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친환경 에너지 회사를 선호한 투자자들이 좋은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한 달 동안 에너지 업종이 19% 상승하는 모습을 친환경 투자자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기 S&P500 지수는 3% 오르는 데 그쳤다.
재무자문회사 에이팩스 파이낸셜 서비스의 리 베이커 사장은 “당신의 신념에 대한 시험”이라며 “기회가 보이는데 파도를 타지 않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초창기에 에너지주가 미끄러질 때 고객들에게 ‘줍줍(줍고 줍는다의 줄임말로 저가매수를 뜻함)’에 나설 것을 권유했다. 다만 몇몇 고객들은 여전히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에서 에너지주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념과 수익률 사이 절충안도 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이 에너지 업종과 상관관계가 있으면서도 에너지 업종보다 좀 더 친환경적인 종목들을 모아봤다. 유럽 은행주가 대표적 사례다. 경제 확장국면에는 에너지 가격이 국채 수익률과 함께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는데,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은행의 대출 수익률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번 주 엑손과 셰브런 분기 실적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오일과 가스 가격이 여전히 높을 경우 에너지 회사들이 증시의 실적 성장세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