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6개월…“서방 제재에도 러 경제 아직 건재"

주요 도시 식당·술집 여전히 붐비고 식료품점엔 제품 가득
튀르키예·中 등에 에너지 팔아 막대한 외화벌이까지
루블화, 제재 초반 급락후 회복…성장률도 예상보다 양호
"러 타격 입히려면 유럽이 러 에너지 수입 전면 중단해야"
  • 등록 2022-08-24 오후 3:34:23

    수정 2022-08-24 오후 3:34:2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전쟁 초반에만 해도 러시아 경제가 오랜 기간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러시아는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서방의 제재가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경제에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전망에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단기적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축하하기 위한 ‘스칼렛 세일즈’ 축제가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개최됐다. 축제에 참가하기 위한 인파로 가득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의 모습. (사진=AFP)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부과 초기 폭락했던 루블화 가치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러시아 내 실업률도 눈에 띄게 급등하지 않았다. 또 교역 통로가 상당 부분 차단됐음에도 친(親)러 동맹국들에게 석유·가스를 수출하며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튀르키예와 중국과의 교역이 올 들어 급증한 것이 대표 사례다.

경제지표 측면에서 살펴보면 지난 12일 발표된 러시아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대비 4% 감소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마이너스(-) 4.7%보다 양호한 수치다.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국제통화기금(IMF)은 6%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개전 초기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10% 후퇴를 크게 상회한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봐도 러시아의 ‘심장’과 ‘머리’로 불리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식당과 술집이 여전히 붐비고 있으며, 식료품점 역시 위스키 등 가격이 급등한 일부 수입 제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품이 비축돼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물론 피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고학력자들과 신흥 부호들이 대거 해외로 이주했고, 해외와 교류가 끊긴 기업이나 제조 공장에선 대규모 구조조정 및 임금삭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방 도시에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제재로 경제에 구멍이 뚫리고(crater) 휘청거리고(reel) 있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주장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러시아 경제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붕괴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 스스로도 올 여름 축제, 친정부 음악회, 어린이를 위한 여름 군국주의 군사 캠프 등을 개최하며 서방의 경제 제재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 아울러 제재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오히려 유럽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 IE 비즈니스 스쿨의 경제학자 막심 미로노프는 “제재가 확실히 효과가 있긴 하지만 6개월 전 모두가 기대하던 것보다는 훨씬 더디다”고 진단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유럽 경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러시아 경제에 확실한 타격을 입히려면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입을 지속하는한 에너지는 러시아에게 있어 큰 무기이자 생명줄이 되기 때문이다. 국제전략연구소의 제재 전문가인 마리아 샤기나 연구원은 “처음부터 러시아 석유에 제재를 가했으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서방의 제재 부과 이후 러시아의 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예일대학교 경제학자들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회복한다는 패배주의적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러시아 경제는 모든 면에서 혼란에 빠졌으며, 지금은 제재를 완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러시아 정부의 재정적자가 GDP의 8%에 달하는 9000억루블을 기록한 것도 제재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직까진 러시아가 제재 부과 전에 확보해 둔 현금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샤기나 연구원은 설명했다.

제재의 장기 영향에 대해서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정치학자인 일랴 마트베프는 “선진국과 러시아 간 기술 격차는 이미 오랜 기간 확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협력이 사라지고 수십만명의 고숙련 전문가들이 나라를 떠나버려 더이상 혁신과 기술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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