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숍이 300엔숍으로…日 과자·맥주도 줄줄이 가격인상

‘10엔 과자’부터 맥주·라면 가격까지…서민물가 ‘직격'
100엔숍 다이소, 올해 점포 40%가 300엔숍 목표
임금 올라도 물가상승 못미쳐…소비자 지갑 더 얇아져
2분기도 마이너스성장 우려…"스태그플레이션 올수도"
  • 등록 2022-05-23 오후 3:34:33

    수정 2022-05-23 오후 4:10:4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소비자 반발을 두려워해 가격 인상에 인색했던 일본 기업들마저 줄줄이 제품·서비스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면서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AFP)


日, ‘10엔 과자’부터 맥주·라면값까지 줄인상…서민 ‘직격’

2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다이소를 운영하는 대창산업은 지난 4월 긴자에 ‘슬리피’라는 300엔숍을 개점했다. 이 매장은 일본 최고 명품 거리에 생긴 저가 것이어서 세간의 큰 이목을 끌었다. 대창산업은 일본 내 새롭게 출점하는 업소의 약 40%를 슬리피와 같은 300엔숍으로 구성하겠다는 목표다.

닛케이는 “1991년부터 시작한 일본 다이소의 100엔숍 체인은 ‘일본 경제의 거울’로 통해 왔다. 하지만 원재료값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 등으로 마진이 크게 줄어들면서 다이소마저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소뿐 아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2월 라면의 평균 가격은 609엔으로 전년 동월대비 6엔 상승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라면에 쓰이는 밀가루와 돼지고기, 국물·스프에 쓰이는 다양한 식재료 등 원재료 가격이 1년 전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아사히맥주는 15년 만에 캔맥주 가격을 6~10% 인상한다고 밝혔다. 일본 주류·음료 제조업체 산토리 식품 인터내셔널도 패트병이 사용되는 음료 가격을 10월부터 20엔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최대 회전초밥 브랜드 스시로는 38년 간 고수했던 ‘한 접시 100엔’ 정책을 포기하고 10월부터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45년 동안 10엔을 고수해 온 일본의 국민과자 ‘우마이봉’마저 지난달 12엔으로 가격을 올렸다.

이에 더해 글로벌 시장에서 유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일본 내 전기요금도 지속 상승하고 있다. 이는 가계는 물론 일본 내 모든 기업들에게도 운송비나 공장운영비 지출 증대 등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다만 스타벅스처럼 원가가 상승한 일부 제품만 가격을 올리거나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상승에 대응하는 기업들도 있다.

팬데믹·우크라·엔저에 비용↑…버티던 기업들, 결국 소비자에 전가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제품·서비스 가격을 이미 올렸거나 인상을 예고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을 악화시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이 때문에 운송비 등을 포함해 기업들의 전반적인 지출이 늘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어서 글로벌 식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 밀과 옥수수 수출에서 각각 약 30%와 20%를 차지했다.

아울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일본은 저금리·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엔화 약세로 이어졌고 수입물가 가격이 크게 뛰었다.

결국 일본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인상 등 비용 증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된 것이다. 다이소의 경쟁업체이자 일본의 또다른 저가숍인 세리아의 가와이 에이지 사장은 “현재의 높은 원재료 가격이나 엔저 수준이 지속될 경우 원가율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사진=AFP)


소비자 지갑 더 얇아져…2분기도 마이너스성장 우려

문제는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 얇아졌다는 점이다. 일본의 4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2.1%를 기록, 2015년 3월(2.2%)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 등의 가격까지 반영하면 물가상승률은 2.5%로 치솟는다. 하지만 3월 임금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1.2% 성장에 그쳤다.

임금 상승세가 물가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해 실질 구매력은 더 떨어졌다는 진단이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취미 생활에 쓰는 돈까지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닛케이가 소비자 13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9%, 10명 중 1명 꼴로 동영상 구독서비스 등에 대한 지출을 종료하고 싶다고 답했다.

닛케이는 “물가도 임금도 오르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일부 기업이나 점포 등은 판매 제품·서비스 가격을 올린 이후 고객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수요부족 사태로 기업들의 이익은 오히려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평했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개인 소비가 차지하는 만큼,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도 1분기에 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무라 종합연구소의 키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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