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 아랑곳 않고…파월, 작심한듯 '매의 발톱' 들었다

시장 놀라게 한 파월 '매파 변신'
①3월 테이퍼링 종료·금리 인상
②50bp씩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
③여름 이전 조기 양적긴축 시사
섣부른 긴축시 침체 동반 우려도
  • 등록 2022-01-27 오후 2:03:08

    수정 2022-01-27 오후 10:28:1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작심한 듯 ‘매의 발톱’을 들었다. 올해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화 했고, 나아가 한 번에 50bp(1bp=0.01%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까지 시사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마음먹자, 증시 폭락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파월 의장의 계획이 마음먹은 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연준의 긴축이 이미 늦었다는 비판론이 적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돈줄을 조이다가 경기 침체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3월 테이퍼링 종료·금리 인상

파월 의장은 25~26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올해 첫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3월 회의 때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조건이 무르익는다면 3월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FOMC는 성명을 통해 “(현재 0.00~0.25%로 제로 수준인) 금리 목표 범위를 조만간 높이는 게 적절하다”고 밝히며 3월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는데, 파월 의장이 이를 직접 확인한 것이다. 2018년 12월 이후 3년3개월 만에 처음 인상기에 돌입하게 되는 셈이다. FOMC는 또 3월 초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종료하기로 했다. 테이퍼링을 끝내자마자 금리를 올리겠다는 게 파월 의장의 의지다.

50bp씩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

시장의 주목을 받은 건 금리 인상의 폭과 방식이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은 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고 말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3월 인상은 이미 전망했지만, 횟수까지 언급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 이후 뉴욕 증시는 이날 장중 갑자기 폭락했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한 번에 25bp 가 아닌 50bp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현재 경제 상황은 이전 인상기와는 다르다”고 답했다. 파월 의장은 또 FOMC 회의마다 금리를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책 경로를 예견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통화정책 ‘빅스텝’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같은 발언을 주목하면서 “매파적이었다”며 “시장은 올해 6~7회 인상을 반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에 대한 파월 의장의 의지는 단호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며 “장기적인 경기 확장을 위해 물가 안정에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아울러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속적인 실질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위험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공급망 대란 문제를 두고서는 “당초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점쳤다. 물가 폭등의 주범들을 직접 거론하면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불과 몇 달 전 화법과는 180도 달랐다는 평가다. JP모건은 “지금까지 그의 발언 중 가장 매파적이었다”고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여름 이전 조기 양적긴축 시사

파월 의장은 돈줄 조이기의 또 다른 축인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QT) 역시 곧 개시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QT 과정은 질서정연하고 예측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상당히 많은 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 시기를 두고서는 “금리 인상 후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관심을 모은 건 FOMC가 별도로 대차대조표 축소 원칙을 담은 성명을 발표한 점이다. FOMC는 “경제와 금융의 상황을 고려해 대차대조표 규모를 축소하는 세부사항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는 예측 가능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용은 다소 일반적이었지만, 따로 성명을 냈다는 자체가 QT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씨티그룹은 “대차대조표 축소 원칙은 다소 의외였다”며 “6월 발표 후 7월부터 실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3월 FOMC 이후 언제든 시작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고 했다.

섣부른 긴축시 침체 동반 우려

다만 파월 의장의 매파 변신은 이미 때를 놓쳤다는 냉정한 진단도 있다. 노무라는 “테이퍼링 종료를 2월이 아닌 3월로 결정한 것은 인플레이션 급등을 교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정책적으로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는 물가 탓에 연준이 무리하게 긴축을 서두를 경우 예기치 못한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은 연일 폭등세다. 경기가 꺾일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줄을 조여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1970년~80년대 같은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딴 세상 얘기만은 아니라는 분석까지 이미 나와 있다.

실제 근래 경제 지표는 다소 부진하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카고 연은 전미경제활동지수(CFNAI)는 -0.15로 집계됐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건 평균 성장세를 밑돌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0.70) 이후 11월(0.44), 12월(-0.15)에 걸쳐 하락세가 이어진 끝에 오미크론 변이 타격까지 받으며 경기 둔화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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