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지난 2008년 인수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듬해 눈앞에서 포기해야 했던 대우조선해양을 13년 만에 다시 품에 안았다. 그룹 내 방산 사업을 통합해 글로벌 방산 그룹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이 같은 목표를 완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26일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 48.3%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번 계약 역시 앞서 현대중공업과 매각 계약과 마찬가지로 인수의향자를 미리 확보한 후 공개입찰을 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추진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합병(M&A)이 김 회장의 승부사 기질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한 의지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 10년 불황에 따른 대규모 적자와 하청지회의 파업을 중심으로 한 노조 리스크 등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선뜻 인수에 나설 기업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경영 철학이 이 같은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신용과 의리’라는 경영 철학을 앞세워 그간 수많은 M&A 속에서도 별다른 불협화음 없이 피인수사 직원들을 품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또한 한화그룹이 방산과 우주, 에너지 등을 기반으로 쌓아온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에 나서며 차세대 선박 기술 등에 대한 연구개발(R&D)도 고도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한화와 산은의 매각 결정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것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매각에 대한 방향성이 뚜렷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강 회장은 조건 등이 다소 어긋나도 빠르게 M&A를 추진해 대우조선해양을 민간에 넘기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고, ‘분리 매각’ 등의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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