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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일회용컵 보증금제' 혼란 자초한 환경부

  • 등록 2022-05-23 오후 4:41:02

    수정 2022-05-23 오후 4:48:24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모르겠네요. 2002년 도입했다가 폐지한 제도를 20년 만에 다시 한다는 건데 아직도 준비가 안 됐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가고…. 현장에선 혼란만 늘고 있습니다.”

▲환경부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직원이 일회용 컵 보증금 반환을 위한 바코드 스티커(라벨)을 부착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격 시행을 불과 3주 앞두고 당초 6월10일에서 오는 12월1일로 6개월 유예한다고 발표했다.(사진=공동취재단)
주관 부처인 환경부가 당초 다음달 10일 전격 시행하려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올 12월1일로 또다시 유예하면서다. 연기 사유로 ‘준비 미비’와 정치권 및 업계 안팎의 반발 등이 꼽혔다. 연기 결정도 시행일 불과 3주 전에 발표한 늑장 조치였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프랜차이즈형 커피숍(카페)과 패스트푸드점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또는 종이컵 등 일회용기에 음료를 주문하면 환경부담 보증금으로 300원을 지불하고 사용한 컵 반환 시 이를 돌려받는 제도다. 전국 100곳 이상 매장(직영·가맹점 포함)을 가진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체가 해당하는데 대상 사업장(매장)만 3만8000여곳에 달한다. 대부분 1~2개 가맹점을 운영하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해당된다.

그렇다 보니 가맹점주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보증금 반환을 위한 주문 시스템 도입과 일회용 컵 부착용 바코드 스티커(개당 6.99원), 카드 결제 수수료(신용카드 기준 최저 0.5%) 등 1잔당 약 17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바코드 확인과 보증금 환불, 컵 수거와 세척·보관 등 업무를 위한 추가 노동력과 인건비도 부담이다. 정부가 업계 구조와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결국 환경부는 시행 시기를 일단 6개월 미루면서 준비 부족을 자인했다. 하지만 결코 시간은 부족하지 않았다. 지난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이미 2년 전에 도입된 정책이다. 길게는 무려 20년 전인 2002년에 처음 시행됐다가 저조한 회수율 등으로 2008년 폐지된 바 있다.

한 번 실패한 정책을 재시행하기 위해 미비점을 보완하고 대국민 홍보로 원활한 연착륙을 위한 시간과 기회는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환경 보호라는 대의적 제도 안착을 위해 정부는 지금이라도 민간과의 면밀한 소통으로 희생이 한쪽에 쏠리지 않는 섬세한 행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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