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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 격인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은 4.679%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21.9bp(1bp=0.01%포인트) 급등한 수치로 연고점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이는 2011년 3월8일(4.68%) 이후 11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올해 첫 거래일(1월3일, 2.339%)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신용대출 금리 기준 역할을 하는 은행채 6개월물 역시 크게 올랐다. 6개월물은 이날 15.1bp 오른 3.581%를 기록했다. 2012년 1월2일(3.61%) 이후 약 10년 9개월 만의 최고값이다. 올해 초(1.591%)와 비교하면 2.2배 이상 치솟았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최대 125bp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자 채권시장이 요동쳤다. 21일(현지시간) 공개된 연준의 금리 점도표를 보면 연준 위원 19명 중 9명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4.25~4.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자이언트스텝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6명은 내년 최종 금리를 4.75~5.0%로 내다봤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예상한 금리 전망치다.
은행채 금리 상승은 대출금리에 바로 반영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6.6%를 돌파한 상태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상단은 130bp가량 급등했다. 1등급 기준 신용대출 금리 상단 역시 올해 초 4.73%에서 현재 6.47%로 치솟았다.
금리는 지금보다 더 올라 주담대의 경우 금리 상단이 조만간 연 7%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7% 시대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연내 최고 연 8%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워낙 커 예단하기 어렵지만, 지금과 같은 시중금리 상승 속도라면 연내 8% 돌파도 불가능하진 않아 보인다”고 했다.
신용대출 역시 1등급자에게도 7% 금리가 책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평균 금리는 이미 연 6%에 육박한 상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권 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는 5.91%였다. 1년 전(3.86%)만 해도 3%대였는데 200bp 이상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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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과 지난해 ‘제로(0) 금리’를 틈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선 차주들의 빚 부담은 불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영끌족에겐 비상 요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5bp씩 올리겠다고 한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리가 50bp 오르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연간 이자부담이 50만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