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포가 위기를 만든다…'뱅크런' 음모론 경계해야

"1조원 손실, 돈 인출하라" 저축은행 PF 찌라시 사태
금융권 공포 '스노우볼'···사전 차단 못하면 점점 커져
  • 등록 2023-04-13 오후 5:11:08

    수정 2023-04-13 오후 7:40:25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패닉 앞에 장사 없습니다.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은 은행이 부실화돼서 나타나는 게 아니라, 부실화되기 전에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취재를 하다 만난 거시금융 전문가가 ‘저축은행 지라시 사태’를 두고 한 말이다. 12일 ‘웰컴·OK저축은행에 1조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결손이 발생했으니 예금을 인출해야 한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이 퍼졌다.

지라시의 주인공이 ‘저축은행’이라 공포감이 옮겨붙는 속도가 빨랐다. 이미 금융권에 ‘내 돈은 괜찮나’라는 불안의 씨앗이 심어져 있는 상황에서 나온 거짓 지라시여서 공포감은 더 컸다.

진짜 문제는 빠른 속도로 감염되는 ‘공포감’이라는 것이다. 특히 금융권에서 공포는 ‘스노우볼(Snowball)’과 같다. 주먹만 했던 눈덩이가 굴리고 뭉치다 보면 산더미처럼 커지듯이, 작은 공포(지라시)가 멀쩡하던 금융기관을 쓰러트리기도 한다.

실제로 웰컴저축은행의 PF 대출 규모를 보면 약 6000억원이며, 연체액은 44억원을 기록했다. 1조원대의 손실이 날 수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도 사실 만기보유채권으로 분류하면 문제가 없었을 채권인데, 평가기관이 불안하다고 하니까 ‘평가손’이 ‘실현 손익’이 된 사례”라며 “현 금융상황에 조그마한 불안감을 심어두면 패닉으로 갈 공산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핵심은 ‘신뢰’다. 이번 지라시 사태처럼 근거 없는 공포를 키워 신뢰를 무너뜨리는 모든 시도는 발본색원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난세(亂世)일수록 공포감을 조장하는 시도들은 더 많아진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진짜 피해자는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우려되는 부분은 경계해야 하는 게 맞다. 저축은행 업계는 PF대출뿐 아니라 모든 부실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PF대출에 대한 연체율을 관리하고자 날마다 점검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한 당국과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도 더 필요하다. 금융당국의 ‘괜찮다’는 시그널이 실제 금융소비자에게 닿기 위해선 투명한 정보 공개와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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