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붕괴사고, 철거계획서부터 잘못 됐다

부실한 철거계획서 논란
150쪽 보고서 중 철거 계획은 고작 1쪽
심지어 계획서대로 공사도 안한 듯
  • 등록 2021-06-15 오후 4:20:28

    수정 2021-06-15 오후 4:50:01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건물 철거 공사가 시작 단계부터 부실하게 계획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사에 앞서 철거업체는 해체계획서를 구청에 제출하는데, 여기에 명시된 공사 계획이 지나치게 단순했을 뿐 아니라 교통 통제 등 안전 지침도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와 경찰은 해체계획서를 토대로 사고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광주 붕괴사고 수 시간 전 철거 현장 (사진=연합뉴스)
건물 특성 상관 없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철거

15일 광주 동구청이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학동4구역 철거 공사 계획서(해체계획서)’는 총 150쪽 분량의 문건으로, 조합과 철거 업체인 한솔기업이 작성한 계획서다. 해체계획서는 철거 공사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계획을 시행사 등이 구청에 반드시 제출해야하는 문서다.

이번 문서는 총 150쪽 분량으로 이번 사고가 난 건물에 대한 내용은 △주소지 △지번 △연면적 등의 기본 정보와 △벽면의 강도 △철거 순서 등이 전부로 확인됐다. 이 중 철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철거 순서 분량은 1쪽에 불과했다.

특히 이번 해체 계획서는 사고가 난 건물을 포함해 총 11개 건물의 철거 계획을 한꺼번에 담고 있는 탓에, 각 건물별 철거 계획을 부실하게 세웠다는 비판도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거업체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지는 건물별로 철거 계획을 담는 게 아니라 한 보고서에 구역 전체의 철거 계획을 보고한다”며 “보고서가 150쪽 분량이라고 해도 결국 건물 한개씩 나눠서 보면 계획이 부실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이번 보고서에도 철거 방법에 대한 언급은 건물별이 아닌 ‘통합’으로 돼 있다. 심지어 건물의 특성과 상관없이 철거 방식도 모두 동일했다. 1~3층(저층)짜리 건물의 경우 건물 측벽에서부터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붐을 이용해 압쇄하는 방식을 택했다. 만약 고층건물의 경우 윗층부터 건물을 부수고, 3층까지 해체가 완료되면 다시 저층을 부수는 방식이다.

이처럼 통합적인 철거 방식만 언급이 돼 있을 뿐 해당 건물별로 적합한 철거 방식을 세분화하진 않았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광주 동구청에서 철거건물 붕괴참사 대응 관련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기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획서대로 공사했는지 수사”…재하도급 문제까지 불거져

심지어 이같은 철거 순서로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온다. 사고 당시 사진에 고층이 아닌 저층부터 건물을 부순 정황이 포착돼서다. 이명희 기술사는 “해체계획서의 공법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추후의 문제이고 1차적으로 해체계획서대로 공사가 진행됐는지를 따져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와 경찰도 해체계획서를 토대로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해체계획서에 담긴 내용대로 공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따져볼 것”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고,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과 국토부는 부실한 해체 공사 뿐 아니라 재하도급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다. 전문공사업체(철거업체)가 다른 전문공사업체에 다시 공사를 넘기는 재하도급은 현행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공사 날림, 책임 소지 약화 등의 부작용을 야기한다.

경찰에 따르면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석면 해체 등 공사를 수주한 다원이앤씨는 석면 공사 일부를 지역 업체인 백솔에 다시 하도급을 줬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를 수주한 한솔기업도 백솔과 재하도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다수의 무고한 시민이 안타깝게 희생된 중대 사건인 만큼 모든 수사력을 집중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 철거업체 관계자와 감리자 등 총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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