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용인데 핏자국이 그대로…태국산 중고 장갑에 ‘충격’

  • 등록 2021-10-25 오후 4:30:30

    수정 2021-10-25 오후 4:30:30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핏자국이 그대로 남은 의료용 중고 니트릴 장갑이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새것으로 둔갑해 미국 등 전 세계로 판매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코로나19로 극심한 의료용품 공급난 속에서 수익을 노린 불법 업체들이 중고 제품을 유통한 것이다.

24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미국에선 최근 몇 개월 동안 수천만 개의 태국산 위조·중고 니트릴 장갑이 수입됐다.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니트릴 장갑은 합성 고무인 니트릴 부타디렌 라텍스(NBL)로 제작한 일회용 장갑이다. 니트릴 장갑은 비닐장갑보다 내구성이 높고 친환경적이며 라텍스 장갑보다 피부 단백질 알레르기 반응이 적어 병원과 미용실, 음식점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 제품이다.

최근 코로나 이후 의료용품 공급난에 니트릴 장갑의 가격이 치솟자 정부와 병원 등은 니트릴 장갑을 확보하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재사용 장갑을 판매한 것이다.

CNN은 “이미 사용해 더러워지고 핏자국까지 있는 의료 장갑이 창고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이주 노동자들이 파란색 염료를 이용해 다시 새것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있었다”며 “미국과 태국 당국이 이에 대한 범죄 수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태국산 중고 장갑 수입 사태는 앞서 태국의 한 회사로부터 장갑을 수입해온 미국 회사들이 지난 2월과 3월 이물질이 잔뜩 묻어 있는 더러운 장갑을 관세국경보호청(CBP)과 식품의약국(FDA)에 신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장갑 품질에 대해 신고가 들어갔음에도 해당 태국 회사는 이후에도 수천만 개의 중고 장갑을 미국에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마이애미에 기반을 둔 사업가 타렉 커센은 지난해 말 태국의 ‘패디 더 룸’이라는 회사에서 약 200만 달러(약 23억 3700만 원) 어치의 장갑을 들여와 미국 유통업체에 판매했다가 곤혹을 치렀다.

커센은 “화난 고객들이 회사로 전화해 ‘당신 때문에 우리 망했다’고 소리를 질렀다”라며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직접 장갑의 상태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커센은 “(태국에서 들여온 장갑을 확인해보니) 씻어서 재활용한 장갑이었다”며 “오염된 것도 있고 핏자국이 묻어 있기도 했다. 2년 전 날짜가 적힌 장갑도 있고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결국 커센은 지난 2월 고객들에게 장갑 구매 대금을 환불해준 뒤, 남은 장갑을 모두 수거해 매립하고 FDA 등에 신고했다.

패디 더 룸으로부터 270만 달러(약 31억 5400만 원)어치의 장갑을 주문했다는 또 다른 피해 회사 사장인 루이스 지스킨은 “이건 총체적인 안전 문제”라며 “이 회사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적도 없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지스킨에 따르면 패디 더 룸은 장갑의 품질을 증명하는 검사 보고서를 첨부해 보냈으나 이 보고서 역시 위조된 문서였다. 이에 지스킨은 올해 초 FDA와 CBP에 중고 장갑 수입에 대해 신고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패디 더 룸은 8000만 개 이상의 장갑을 미국으로 내보냈다.

이 밖에도 베트남 회사로부터 장갑을 구매했다는 또 다른 업체에서는 “얼룩이 있고 구멍 나고 찢어진 장갑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동남아시아의 일부 업체들이 니트릴 장갑보다 질이 낮은 라텍스나 비닐장갑을 니트릴 장갑으로 둔갑해 판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FDA는 지난 8월 각 항만에 패디 더 룸으로부터 들여온 물건을 압류하도록 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지금까지 4000만 개의 가짜 마스크와 수십만 개의 여타 개인보호장비를 압류했고, 태국 당국은 최근 10여 회 급습을 진행하는 등 강도 높은 현장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CNN은 사기 규모는 이미 수십억 달러(수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문가의 관측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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