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슬기로운 팬데믹 생활

  • 등록 2021-11-30 오후 6:16:23

    수정 2021-11-30 오후 9:22:26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지난 8월 새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 반도체 공급난 때문에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올해 안에는 차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딜러는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마저도 확답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조금 더 비싼 모델이라도 좋으니 빨리 인도받을 수 있는 차를 구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런 차는 없다고 딜러는 잘라 말했다.

지난주에는 골프채를 하나 새로 장만하기 위해 백화점 골프샵에 갔다. 그동안 눈여겨보던 유틸리티를 사고 싶었지만, 재고가 없었다. 동남아시아에 있는 공장이 부품 부족으로 생산을 못하고 있어서라고 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물건이 확보되는대로 연락을 주겠다는 답을 들었다. 3개월가량 걸린다는 말을 듣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자동차와 골프채뿐이랴. 전 세계적인 공급난 탓에 미국에선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하기 어렵고, 영국 슈퍼마켓에선 와인이 동나고 있으며, 일본 편의점에선 치킨이 부족해 팔지 못한다고 한다.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살 수 없는 이상한 일이 어느새 ‘뉴 노멀’이 된 것이다.

공급망이 무너진 건 일손이 부족한 탓이 크다. 미국에선 회사를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대퇴직(Great Resignation)’ 현상이다. 일손이 부족한 기업들은 각종 혜택을 제시하며 구인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일본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민자에게 엄격한 걸로 유명한 일본은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이런 초유의 현상이 나타나다 보니 세계 경제 전망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소비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공급 부족과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에 따라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긴축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지만, 최근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혼란이 생겼다. 앞으로의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이처럼 팬데믹과 함께 지낸 2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인류는 그런 환경에 점점 적응해 가고 있다. 전 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기괴한 풍경이 더는 낯설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인간이 환경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 동물인지를 깨닫게 된다.

코로나19가 언제쯤 종식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우리가 알던 세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직장인들은 재택근무가 업무 효율을 크게 낮추지 않고 오히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반드시 대면 회의를 하지 않아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며, 밤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회식을 하지 않아도 팀웍이 유지된다는 걸 느꼈다.

코로나19와 함께 슬기롭게 생활하는 방법을 찾은 셈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위드 코로나’가 아닐까.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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