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손흥민도 돈내고 봐라’…투자유치 이후 유료·수익화 '꿈틀'

자금유치·새주인 맞은 기업 수익화 시동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마케팅 줄이고
유료화·수수료 부가 등 수익실현 담금질
'드디어 본색 드러내냐' 소비자 지적에
'언제까지 베풀수 없지 않느냐' 반론도
  • 등록 2022-08-10 오후 5:06:16

    수정 2022-08-10 오후 9:11:45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던가. 최근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유치하거나 새 주인을 맞은 기업들이 속속 유료·수익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사용자 증가와 인지도 확보를 위해 ‘아낌없이 퍼주던 기간’이 사실상 종료를 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를 막론하고 수익화 움직임이 고개를 들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쉬움과 함께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것이냐’는 차가운 시선도 없지 않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의 수익실현이라는 과제가 따라붙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베풀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달 16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세비야 FC의 친선 경기. 토트넘 손흥민이 경기가 끝난 후 팬들에게 인사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투자유치에 수익·유료화 움직임 가속도

10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투자유치를 받거나 새 주인을 맞은 기업들의 수익화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것이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인 스포티비(SPOTV)다. 손흥민이 뛰는 잉글리쉬 프리미어 리그(EPL) 국내 중계권을 가진 스포티비는 다가오는 2022~2023시즌부터 월 1만원 안팎의 전면 유료화를 선언했다.

스포티비는 그동안 손흥민이 출전하는 토트넘 경기만큼은 추가 지불 없이 경기를 중계했다. 국민적인 관심과 시청자들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번에 전면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스포티비는 중계권료가 계속 치솟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장기간에 걸쳐 관철된 ‘음원의 유료화’ 과정처럼 스포츠 경기도 무료라는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스포티비의 콘텐츠 유료화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스포티비 운영사인 에이클라미디어그룹은 지난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SG PE로부터 전환사채(CB) 취득 형태로 약 5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 스포츠 콘텐츠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 투자였다.

PEF운용사가 자금을 베팅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산업군의 성장세가 매력적임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어 있던 곳간에 거금을 채워 향후 사업을 전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자금을 집행한 대형 투자자의 등장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수익실현에 대한 고민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 공짜로 자금을 댄 투자자들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스포티비의 유료화 결정에도 이러한 고민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 가리지 않고 펀딩(자금유치)에 나섰던 네이버 크림과 무신사 솔드아웃, 트렌비 등 국내 리셀 플랫폼도 거래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수익 개선에 나섰다.

이들 업체는 사업 초기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수수료와 배송·검수비를 받지 않는 정책을 장기간 시행했다. 명품이나 한정판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사용이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때마침 국내에 불어닥친 명품 리셀(되팔기) 열풍에 힘입어 인지도를 크게 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들 업체들이 구매 또는 판매에 1~2% 수수료를 붙이거나 배송비를 받기 시작하면서 수익화 체질 개선에 나섰다. 무료 서비스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영업손실 규모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공교롭게도 이들 업체 모두 자본시장 내 투자자들로부터 속속 자금을 유치했다. 크림에 투자한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와 솔드아웃에 투자한 두나무, 트렌비에 투자한 LB인베스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성장 잠재력을 보고 투자를 감행했지만, 공짜 투자가 없다는 점을 떠올리면 수익화에 본격 나서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본색 드러 내기냐’ VS ‘자선 사업 아니다’

2019년 PEF 운용사인 케이엘앤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은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매각 작업과 함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2월 가격 인상에 이어 6개월 만에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일년에 두 차례나 이뤄진 가격 인상을 두고 업체 측은 글로벌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성공적인 매각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 작업이 한창 진행될 때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꺾이기라도 하면 협상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원하는 시기에 팔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재 M&A 시장에는 한국 맥도날드와 버거킹, KFC 등 경쟁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물들이 일제히 나와 있는 상황이다. 원하는 가격에 흡족하게 매각하기 수월하지 않은 환경임은 부정할 수 없다.

영원할 줄 알았던 프로모션(판촉활동)이 막을 내리고 수익화에 나선 기업들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그동안 받은 혜택이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말도 나오지만, ‘이제 본색을 드러낸 것이냐’거나 ‘이번 기회에 서비스 이용을 줄이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반면 업계에서는 더는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익숙하던 서비스에 과금하거나 유료화 작업, 가격 인상 등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는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이 늘고 수익화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생겨난 시기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투자금을 집행한 자본시장의 시선은 더 냉철하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등장으로 자금을 받은 기업들이 본격적인 수익실현에 나서야 하는 자본시장 논리로 보면 된다”며 “사업 경쟁력이 유효한지를 가늠할 하나의 단계로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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