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불붙은 암호화폐, 강 건너 불구경하는 정부

  • 등록 2021-04-20 오후 3:48:25

    수정 2021-04-20 오후 10:07:08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규모가 주식시장을 뛰어넘자 정부는 부랴부랴 특별단속에 나섰다. 무릇 `특별단속`이라 하면 마약이나 총기류, 조직폭력배 등을 솎아낼 때 쓰이는 조치다. 가상자산에 대해 정부가 가진 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가상자산의 가치는 누구도 담보할 수 없고,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다”고 폄하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비트코인은 내재가치가 없고 지급수단으로 사용하는 데에도 아주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쯤되면 비트코인이든, 가상자산이든 이를 사고 파는 행위 자체를 막아야 옳다. 그러나 가상자산을 사고 팔도록 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규정된 합법적 금융회사다. 이를 기반으로 시중은행은 거래소 이용자들에게는 실명계좌도 발급하고 있다.

이렇듯 법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인해 준 정부는 가상자산시장을 특별단속의 대상 정도로만 치부하고 있을 뿐 거래소를 이용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찍자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앞다퉈 이런저런 코인들을 상장시키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제시해 주는 상장기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상장이 일개 거래소의 자의적 판단에만 맡겨져 있을 뿐이다.

100여개 넘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난립하고 있지만, 어떤 거래소가 안전하고 어떤 거래소가 위험한 지를 평가할 잣대도 전무하다. 특금법과 그 시행령 상에는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실명 확인을 거친 은행 입출금계좌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거래소에 대한 인증 책임은 시중은행이 홀로 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버젓이 영업하다 폐업하고 야반도주하는 거래소 사업자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막을 수도 없고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구제해 줄 길도 당연히 없다.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과정에서도 해당 코인을 발행한 기업에 대해 공시와 같은 의무 규정 자체가 없다 보니 기업 정보를 얻는데 애를 먹는다. 이처럼 공식적인 채널로 코인 정보를 구하지 못하는 탓에 소위 인플루언서와 같은 사적인 채널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중국인 투자자 등이 국내 거래소로 몰여 들어 `김치 프리미엄(국내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현상)`을 활용한 차익거래로 번 돈을 해외에 송금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당국은 이를 파악조차 하지 못했고 이후 은행들에게 관리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으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수요가 가상자산시장에 봇물처럼 밀려 들고, 코인베이스와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주식시장에 상장되기도 하는 등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엄연한 투자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처럼 가상자산과 거래소에 높은 시장가치를 부여하고 있는데도 내재가치 논쟁에만 매달려 특별단속만 반복하는 정부 탓에 애꿎은 국내 투자자들은 안전장치 하나 없이 아찔한 가격에 코인을 사고 파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강 건너 불 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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