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오는 8월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 `룰` 개정·지도 체제 변화 주장 속에 `세대 교체론` 바람까지 불고 있다. `친문`(친문재인)·`친명(친이재명)을 떠나 `97 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주자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 쇄신과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친명 측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이재명 의원 출마 반대를 위한 사전 포석 차원으로 경계하고 있어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
|
`세대 교체론`이 부상하는 배경에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의 잇단 패배와 당내 계파 갈등이 깔려 있다. 근본적인 쇄신을 위해서는 `86 그룹`을 포함한 중진 중심의 리더십을 탈피해 새로운 가치를 실현할 `젊은 대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문·친명 간 갈등을 잠재우면서 자연스럽게 계파 해체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돼 있다.
`97 그룹`의 대표 주자로는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전재수(가나다 순) 의원이 거론된다. 강병원 의원은 14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라디오 인터뷰에서 “역사적 사명이 맡겨진 다면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20대 국회 당시 `미스터 쓴소리`로 알려진 김해영 전 의원도 거론된다. 다만, 경험이 부족한 초선이자 원외 인사란 점이 한계로 꼽힌다.
지난 9일 간담회를 개최한 재선 의원들은 15일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를 통해 `세대 교체론` 담론을 확장하고 구체화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간담회에서 출마를 위한 집단 토론 요청이 있었던 만큼, 선거 패배 분석과 함께 자연스럽게 향후 지도부 구성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선 의원은 “토론을 수 차례 거치면서 앞으로 전당대회에 출마할 사람의 윤곽이 뚜렷해지지 않겠냐”며 “계파처럼 한 사람을 지지하거나 그런 형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사실 재선에 국한된 목소리가 아니다”면서 “지금 이 시기에 교체하지 못하면 다음은 또 언제가 될는지 기약할 수 없다.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간판 교체`로는 실질적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초선 의원은 “`97 그룹`이라고 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보장은 사실 없다”며 “맹목적 세대 교체 바람에 편승한다면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친명 측에선 `세대 교체론` 자체가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세대 교체를 명분 삼아 비(非)명계 간의 암묵적 담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친명계 한 의원은 “세대 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이 의원의 출마를 막기 위해 압박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더라도 책임론이 계속 제기될 텐데 이 위기에서 당을 구할 대표적 인물 또한 이 의원 말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당내 강성 의원 모임인 `처럼회` 해산 요구가 빗발치는 것 역시 `이재명계` 해체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친명계로 꼽히는 중진 우원식 의원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 `나도 없앨 테니까 너도 없애라`라고 하는 남 탓 용, 면피용”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도 “사적인 이해관계,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초월하겠다는 소명을 가진 분들이 모였다. 보스가 있는 계파 모임이 아니다”라며 해체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비에 항의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