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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조공사 업체 단체인 철근·콘크리트 서울·경인·인천 사용자 연합회는 이달 초 회의를 열고 ‘비협조 시공사 현장 공사 중단(셧다운)’을 결정했다. 연합회는 각 현장 시공사에 공사비 증액 등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증액을 거부하는 사업장에 대해선 이르면 다음 달 중순부터 공사를 중단할 계획이다. 협의회는 회원사가 공사를 맡은 629개 현장 중 205곳이 공사비 증액에 소극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호남과 제주, 부산·울산·경남 등에선 이미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장 셧다운이 현실화됐다. 호남과 제주에선 공사비를 증액하기로 하면서 셧다운이 끝나고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선 증액 협상 중이다.
연합회에 속한 하청업체는 건설원가 상승으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한다. 지난 연말만 해도 톤당 100만원대던 철근 가격은 이달 들어선 120만원대까지 솟았다. 콘크리트 원료인 시멘트 가격도 1톤에 7만8800원에서 9만3000원까지 올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계산한 건설공사비지수는 3월 기준 143.06으로 지난해 같은 달(126.14)보다 13% 올랐다. 같은 건물을 짓는데 1년 전 126만원이 들었지만 이젠 143만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공사비 증액 놓고 원청-하청 줄다리기…공공공사 증액은 하세월
이런 상황임에도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자금 여유가 있는 대형 건설사도 공사비 증액에 소극적이다. 대형 건설사와 하청업체는 물류난, 공기 지연 등 간접적 원인으로 인한 원가 상승을 공사비에 얼마나 반영할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작은 소형 시행사는 공사 중단과 공사비 중단에 따른 사업성 악화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민간 건축주 가운데 아예 물가 상승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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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차다. 실제 공사비 증액으로 이어지기까진 하세월이 걸린다. 올해 조달청에 접수된 물가 변동 반영 요청 중 증액이 이뤄진 건은 369건(42.4%)이다. 서울 동부간선도로 확장공사 3공구 증액 건은 1월 조달청에 접수됐는데 지난달에야 증액이 허가됐다. 이렇게 시차가 커질수록 시공사와 하청업체들 손실도 불어난다. 조달청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변동 반영 요청이 급증하면서 검토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학노 연합회장은 “공공공사는 물가 반영 요청을 해도 찔끔 올려주는데 그친다”고 비판했다.
아파트 분양가 상승도 초읽기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대부분 공사 현장에서 작년 물가를 기준으로 공사비가 책정되다 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건설사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공사비를 현실화하고 건설사도 보수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