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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봄’은 2020년 5월 초연 이후 그해 6월과 7월 연이은 앙코르 공연까지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50여 년을 한 마을에 산 세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그들은 피붙이나 다름없는 생의 벗들이다. 아들 자랑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정철이네, 식구라고는 강아지 하나밖에 없는 장계네, 아웅다웅 그칠 줄 모르는 이 둘 사이에 낀 민관이네. 하루가 멀다 하고 티격태격 살지만 그들은 오늘도 함께하는 낙으로 산다.
이 작품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지루하고 고루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유쾌한 작품이다. 공연 내내 관객들을 웃기는 유머 속에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뭉클함으로 오랜만에 따뜻한 인간미와 사람 내음을 선사한다.
대본을 쓴 김정숙 작가는 가족 이야기에 남다른 깊이를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홍시 열리는 집’, ‘눈 오는 봄날’, ‘그 집에는’, ‘복동이’ 등의 작품으로 가족과 이웃, 사랑의 의미를 전파한 김정숙 작가는 ‘눈 오는 봄날’로 2010년 전국연극제 대상(대통령상)을 비롯해 희곡상, 연출상, 최우수연기상 등 주요 상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문화평론가 오대혁(시인)은 “‘그대는 봄’은 여성 버디 연극의 면모를 갖추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처럼 세 여성의 우정, 그리고 성장의, 한국적 서사가 나타난다”며 “연극이 연출해내는 세 할머니들의 퍼포먼스는 잔잔한 웃음을 자아낸다. 세 사람의 율동은 배꼽을 잡게 한다. 그들의 늙음은 결코 슬프거나 허탄하지 않고, 활기차며 아름답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