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 속... 온라인 게시물은 ‘허위정보 주의보’ [팩트체크]

양천구 빗물터널과 강남구 배수구 정보 엮어 허위 편집
‘실시간 수도권 상황’이라던 침수 차량, 2011년 보도 사진
물에 잠긴 악어 동상 보고 ‘진짜인 줄’ 놀라는 해프닝도
  • 등록 2022-08-10 오후 5:37:45

    수정 2022-08-11 오후 2:38:24

[이데일리 오연주 인턴 기자] 중부지방에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115년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리며,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호우에 따른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온라인 게시물에서는 이번 호우에 대한 허위정보와 루머들이 함께 양산되고 있다. 재해 상황에서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는 허위정보와 루머들에 대해 팩트체크 해 보았다.

◆ 쓰레기 때문에 빗물 터널 사용 못한다고? 허위 편집으로 생긴 오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서울에도 초대형 빗물 저장소가 있었으나, 쓰레기 때문에 막혀서 무용지물이었다"는 주장을 담은 게시글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 게시글은 서울에 설치된 '빗물 터널'을 다룬 2018년의 기사와 최근 화제가 된 SNS상 게시물을 함께 첨부했다. 사진 밑에는 “쓰레기 때문에 막혀서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오늘 자 강남역 슈퍼맨'이라는 제목의 해당 SNS 게시물은 "아저씨 한 분이 폭우로 침수된 강남역 한복판에서 배수관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맨손으로 건져낸 덕분에 종아리까지 차 올랐던 물이 금방 내려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두 내용을 조합해보면 쓰레기 때문에 배수관이 막혀 초대형 빗물 터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지면,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선 게시물을 잘 살펴보면 빗물 터널과 강남역 슈퍼맨 사이에는 거리 상의 차이가 있다.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관련 보도(위)와 ‘강남역 슈퍼맨’ SNS 캡처 화면(아래)(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뉴스 보도가 소개하고 있는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강서구부터 양천구까지 4.7km구간에 해당한다. 반면 강남역 슈퍼맨 게시물은 서초대로 부근, 즉 서초구에서 강남구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다. 강남구의 쓰레기 때문에 강서구부터 양천구까지의 빗물 터널이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SNS의 사진 속에 등장한 시민이 치우고 있는 쓰레기는 서초대로 부근의 하수시설인 빗물받이에 쌓인 것이었다. 서초구청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강남역 등 상가밀집지역의 빗물받이에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와 낙엽이 그대로 쌓여져 있는 곳이 많다. 서초구 물관리과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SNS에서 화제가 된 곳은 유동인구가 많아 유독 쓰레기가 많은 곳”이라며 “평소에 신경써서 청소하는 구간인데 이번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부분을 시민이 치워 화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월 빗물 저류배수시설은 지난 2013년 5월 착공에 들어간 국내 최초의 대규모 터널형 빗물 저류시설로, 32만톤의 빗물을 저류시킬 수 있다. 해당 시설은 지난 2020년 5월에 완공된 후 호우 등의 재난 상황에 활용되고 있다. 서울기술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빗물 저류배수시설은 비가 내려 기존 하수관로 수위가 일정수위에 도달했을 때 빗물을 저류배수터널로 유입시켜 안양천으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하 공간의 수문 개폐를 통해 빗물을 처리하기 때문에 쓰레기로 인해 수문이 막혀 작동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빗물유입 및 배수 상세도 (사진=서울기술연구원 자료 캡처)


양천구 치수과 배수시설팀도 쓰레기 때문에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이번 호우 상황에서도 정상 작동했으며, 해당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양천구는 타 지역에 비해서 상당히 안정적인 침수 방지 효과를 나타냈다”며 “일부 지하주택에서 발생한 민원이 있지만, 현장 조사를 해본 결과 개인 배수시설 노후 등으로 인한 피해였으며, 현재는 해결 된 상태”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이 게시물은 의도적으로 양천구에 있는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과 서초구에 있었던 시민의 사진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재해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현 상황에서 허위로 편집된 정보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한 주의가 필요하다.

◆ SNS서는 너도나도 ‘자극적 썸네일’로 허위정보 유포

SNS의 이른바 ‘유머 계정’들은 호우 피해 사실을 사진과 영상으로 전하기 위해 앞다투어 자극적인 썸네일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다수의 유머 계정들이 흙탕물에 침수된 듯한 외제차의 사진을 썸네일로 내걸었다.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등 비싼 외제차가 침수된 사진을 썸네일로 내건 것은 자극적인 사진으로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시간 수도권 물난리 상황'이라고 소개된 해당 사진은 2011년 6월 10일 영국 데일리 메일에서 보도한 사진이다. 데일리 메일은 싱가포르의 세인트 레지스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 홍수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2011년에 보도된 동일한 사진 (사진=데일리 메일 캡처)


또한 이 과정에서 고급 자동차들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댓글에서는 싱가폴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네티즌이 "이 기사의 내용은 정확하지 않다"며 기사 내용과 다르게 해당 아파트는 해안가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진의 배경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미 11년 전에 소개된 사진이라는 점에서 2022년 8월 현재의 서울 사진이라고 볼 수는 없다.

SNS 유머 계정들이 이처럼 자극적인 썸네일을 경쟁적으로 내거는 이유는 높은 조회수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SNS 유머 계정들은 게시물 내에 광고를 포함하거나 광고용 게시물을 따로 올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 이에 더 많은 조회수를 내기 위해 자극적인 썸네일을 내거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자극적인 사진은 잘못된 정보로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우려된다. 재난 상황을 이용해 허위 정보 및 이미지를 유포하는 SNS 계정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 물에 잠긴 악어 동상 보고 ‘진짜인 줄’ 착각 해프닝도

(사진=트위터 캡처)


한편 각종 SNS에는 “대치동에 악어가 떴다”는 내용의 사진이 퍼져나가며 누리꾼들을 놀라게 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해당 사진에는 반쯤 물에 잠긴 채 입을 벌린 악어 한 마리가 담겨 있다.

관악산 휴먼시아아파트 악어분수놀이터 (사진=부동산 업체 블로그 캡처)


하지만 곧 다른 트위터 사용자가 이 사진을 보고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조형물”이라고 알리며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누리꾼들을 놀라게 한 해당 사진의 정체를 확인해본 결과, 서울시 관악구 난향동 휴먼시아 아파트 내 설치된 악어 분수 놀이터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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