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제철소 내 안 사장의 집무실을 불법 점거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현대제철 조합원들의 농성이 100일을 넘어섰다. 당진제철소는 고로 3기와 전기로 2기를 가동해 열연강판·냉연강판·후판·철근·특수강 등 연간 1600만톤(t) 이상의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는 현대제철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집무실이 직접적인 생산시설은 아니지만 현대제철로선 타격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생산에 직접적 영향은 없다고 하지만 경영진의 현장 경영에는 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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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현대제철 조합원 10여명은 지난 5월 2일부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달 3일부턴 인천·포항 등 다른 공장 노조원들이 각자 공장의 공장장실을 점거했다. 이날 기준 안 사장의 집무실이 노조원들에게 점거된 지는 101일째, 공장장실이 점거된 지는 100일째가 됐다.
현대제철 노조가 사장실과 공장장실을 점거한 건 이른바 ‘특별격려금’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3월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현대모비스(012330) 등 현대차그룹의 다른 계열사 직원들이 특별격려금 400만원을 받자 이를 똑같이 지급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다른 계열사처럼 특별격려금이 지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측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특수주거침입,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다만 경찰은 노조 측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을 뿐 공권력 행사 등 다른 조치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정부가 늑장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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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노사는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특별격려금 지급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임단협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노사는 현재 교섭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섭 자체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 5개 노조 지회는 지난 5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했다. 이후 노조는 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4.18%의 찬성을 얻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도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며 합법적인 쟁의권까지 확보했다.
이에 사측은 5개 지회가 임금 체계가 같지 않아 모든 지회를 통합해 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드러냈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 내 당진지회를 제외한 인천·포항·순천·당진하이스코 등 4개 지회와 사측은 지난해 2월 통상임금을 두고 의견 합의안을 마련하고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했지만 당진지회는 합의 대신 소송을 이어가기로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임금 체계가 다른 사업장 노조까지 통합해 임단협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며 “임금 체계가 같은 사업장 노조끼리 교섭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로선 이 같은 상황에 올해 하반기 회사 실적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현대제철의 올해 3분기와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는 각각 5502억원과 5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25.9% 줄어든 수치다.